탑사의 경내를 한번 돌아보고
인간이 만든 카메라라는 기계 앞에서
의미없는 웃음을 지으며 사진을 찍는다.
‘부처님 공양 말고, 배고픈 이 밥 주랬다’고
회장, 총무님의 텁텁한 동동주를 한잔씩 돌리는데
그 기막힌 맛에 웃음을 안주로 삼으니
하루의 피로는 막걸리 잔으로 묻어 사라지고......
호숫가에서 봄놀이 하는 잉어를 보고
‘생선이 많으네’라는 한마디에 웃음을 짓고,
허리를 잘라서 사진 촬영한다는 말에
난 또 한번 헛소리를 토해본다.
“허리띠를 매는 곳 위는 사람이고,
허리띠 아래로는 동물이니 잘라두 돼유“
이 말에 대장님을 비롯해 동감을 표하고
여성회원님들은 몹시도 쑥스런가보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
돼지고기 굽는 냄새에 정신이 혼미한데
식당 옆에 모델 흑돼지 두 마리가
초점없는 눈망울에 자못 불쌍하게 엎드려있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저 돼지가 유인원을 빼고
동물 중에서 머리가 제일 좋다고 하는데
저러고 있으니 더 불쌍하네...“
이 말에 아내와 꽃댕강님은 몹시 의아한 표정이다..
[조지 오웰]이 쓴 “동물 농장”에 보면
돼지가 모든 다른 동물을 다스리는 것이
그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도 있지요.
물론 다른 의미에서 그렇게 한 것도 있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아버지들의 아버지”에도
인간을 돼지와 유인원(원숭이)의 교배로 된
돌연변이라고 하는 말도 안되는 게 나오지만
어쨌든 외국에서 돼지들의 달리기 시합이라든지
그 외의 다른 경기도 돼지에겐 가능하다니까
머리가 좋은 것만은 틀림없다네.
주차장의 차가 있는 곳에 거의 도착해
아직 피지 않은 벚꽃의 꽃망울을 보면서
‘벚꽃의 꽃망울이 돼지 젖꼭지 같이 생겼구나’
하는 엉뚱한 으로 빙긋이 혼자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