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아파트 군상 4)

나무소리 2005. 3. 24. 10:03

11시가 넘어서면서 대충 그런 일이 벌어지는데
그 짧은 시간동안 어떤 사모님은 홍콩을 몇 번 왕복한다고도 하고,
어떤 아줌마는 공항근처도 못 가본 사람이 있기도 하다는데.....


누굴 원망하고 누굴 탓하랴...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등골빠져 그런걸....
어쨌든 힘과 기를 모아 그 행사를 치르다가 깊은 신음소리와 함께
남자가 몸을 부르르 떨고 남자가 옆으로 굴러 떨어지며
뿌듯한 미소를 희미하게 짓는 그 표정 또한 150쌍이 비슷하다..



심은대로 거둔다는 진리는 밤이 지나고 아침되면 알리니
지난 밤

열심히 힘을 써 밭에 많이 파종을 하고, 씨를 잘 뿌린 사람은
아침 밥상에 조깃 대가리라도 하나 올라 오련만
공항 근처도 안보내준 인간은 숟가락으로 대갈통이나 얻어터지는 건 아닌지......
아하~~~!!

심은대로 거둔다는 게 이런 말였구나....하하하~~~~~

 


밤12시를 넘어서면서 아파트 단지는 영안실의 안치실과 같은 모양 아닐까??
같은 위치에 같은 모습으로 누워있는 것이 다들 영락없는 시체구나.
어떤 부부는 큰 행사를 넘고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널부러져 있고,
또 어떤 이는 대충 아랫 런닝구라도 걸쳐 입은 부부도 있을테고....



같은 공간 안에서 획일화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불쌍한 현대인들.

어쩌면 그들의 삶의 형태도, 생각하는 범위도, 행동하는 양태도

모두 획일화된 하나의 기계적인 인간은 아닐른지...

이 모든 것을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뭔가의 나름대로 삶을 만들고,

나름대로 창조적인 인간으로 삶을 영위해야 할텐데....

 


그들의 주거공간 비록 상자 속에서 움직이는 동물같지만

꿈속에서라도 자신의 공간과 시간으로
하나님이 인간에게 부여한 자유를 꿈속에서 만이라도 맘껏 누리며,
자신의 삶 속으로 날아가기를......

(하하하....참고로 저는 아파트에서 살지 않고, 개인주택에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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