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새벽 4시부터 18일 저녁까지
성삼재에서 출발해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까지의 지리산 종주.
17일 약 12시간의 등산 후 저녁 5시경 세석대피소에 도착해
저녁밥을 짓고 있는데 갑자기 엄청난 소나기가 퍼붓는다.
산장도 예약을 하지 못해 비박을 해야하는데 옷과 신발이 모두 젖었고,
10시30분에 식사를 하고, 저녁도 먹질 못했고
그렇다고 배낭 속에는 먹을 만한 것이 전혀 없는 최악의 상태.
그 많은 비를 다 맞으면서 길에서 잠을 잘 수 없어 잠자리를 찾던 중
겨우 1미터 남짓 높이에 20여평 정도되는 세석산장의 마루 밑이 눈에 띈다.
함께 동행한 동서와 엉금엉금 기어 마루 밑으로 들어가니
눈치 빠른 수십명이 벌써 마루 밑으로 들어와 엎드리고, 누워있다.
체온을 유지하려 배낭 속의 젖지 않은 옷을 찾아 꺼내서 갈아입고,
침낭 속에서 잠깐 누워 잠이 들었다가 추위 탓이기도 하지만
생리적인 현상 탓에 막 잠에서 깨어보니 거시기가 잔뜩 커졌는데
신혼첫날보다 더 커진 것 같다..
게다가 아랫배가 뻐근한게 완전히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 동안 마루 밑으로 밀려든 수십 명으로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그 자리마저도 빼앗길 판이라 비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침낭에 쌀 수도 없는 형편이고 죽을 맛인데
마침 손아래 동서도 나와 같은 처지였는지 내게 말을 건다.
“형님!! 나 볼일 보려하는데 자리 좀 봐주셔유~~나갔다 올께”
“뭐~!! 큰거여, 작은거여????”
“예!! 작은 건데 아까부터 참았는데 아랫배가 땡기고 도저히 못 참것어유”
“저길 어떻게 나갈라구??? 그냥 참어... 아니면 적당히 싸든지....”
“침낭 젖으면 잠도 못자고, 냄새나고 찝찝해서 이 자리 못 있어유”
“지금 여길 어떻게 뚫고 나가냐?? 성냥개비로 구멍을 막던지 테이프로 붙여라....”
“아이고~!! 형님 지금 농담할 때 아녀유...”
동서가 도저히 못 참겠다고 밖으로 나가는데
사람들은 발로 밟는다고 궁시렁거리고, 낮은 천장에 머리는 부딪치고,
나간다 해도 갈아입은 옷이 비에 다 젖게 돼 나갈 상황이 도저히 아니다.
“손서방~! 나가지 말고 이리와봐~~!”
동서가 나가다 말고 되돌아 온다.
“다 먹은 물병있지??”
“예”
“일단 침낭 속에 들어가서 물병에다 일봐... 그 방법밖에 없어...”
“진작 말씀하시지... 그거 아주 좋네요”
동서가 페트병에 일을 보고 있는데 침낭 속에서 폭포소리가 난다.
“형님 이거 넘치겠는데요??”
“야~!! 짤러... 그거도 못 짤러??????”
“아니 나오다 말고 그게 돼요??”
잠시 후 나도 그렇게 대충 해결을 하는데
“형님~~ 이거 좀 흘렸는데요... 냄새도 나고 꿉꿉해서....”
“아니 그거 구멍도 못 맞춰 누냐??”
“2%병 구멍이 너무 작아서요”
“작다고 그것도 못 찾어가냐? 눈이 없어도 구멍찾는건 그게 귀신인데....”
12시간 산행 후 그 피곤함과 아무것도 먹지 못한 굶주림.
게다가 다음 날 또 장시간 산행해야하는 부담감.
하지만 내가 좋아 자청한 것이기에
1미터도 안되는 마루 밑, 오줌에 절은 침낭 안서도
단잠을 잘 수 있었다......
이때 생각나는 광고 멘트 한마디 “난 큰게 좋더라”
하나 더
다음에 산에 갈 때는 물병이나 음료수는 반드시 구멍이 큰
“파워레이서”를 가지고 가야지..
헌데 저런 상황에서 여자분들은 어떻게 할까????
2004. 7.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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