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시인의 마을

[최금진] 어둠 속의 모녀

나무소리 2006. 4. 13. 13:04
 

    어둠 속의 모녀

                           -최금진-

백열등 희미한 포장마차 속에서

안경 낀 중년의 여자가 중학생 딸을 안고 운다

가끔은 누가 날 여자로 봐줬으면 좋겠어

쑥 냄새, 마늘 냄새의 씁쓸한 과거를 중얼거린다

여자가 피워 올리는 빨간 담뱃불은

막 첫 생리를 시작한 딸의 입술 같다

어미에게 물려받은 불씨로 탱탱하게 여무는 딸을 보며

여자는 그것이 환하고 따뜻하고 기특해서

곰 발다닥 같은 손으로 자꾸 딸을 쓰다듬는다

엄마처럼 살지 마라, 무너지는 어미를

딸은 마늘쪽만 한 제 젖가슴으로 받아낸다

엎어놓은 술잔 두 개 같은 어미의 젖무덤, 무덤을

평생 가슴에 달고 살아온 한 여자의 운명을

딸은 제 빈 잔에도 쪼르륵 따라 마셔보는 것이다

누구든 제 어미처럼 살고 싶지 않아도

그러나 어느 날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 잎들이 떨어지듯

바스락바스락 한없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몸 아래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다

동굴 같은 어둠의 거리 속으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모녀는

캄캄한 포유동물이 되어 걸어가는 것이다

**********************************************

[최금진]

그의 시에는 늘 여성이 자릴 잡는다.

막 꽃이 피려는 여성과

그 꽃이 이제 저물어가는 여성...

 

그 속에서의 삶이 무겁게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론 어머니를 생각하게 하고,

때론 아내를 생각하게 하며,

육체적, 정신적 갈등기에 서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갈등이 눈에 보인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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