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모녀
-최금진-
백열등 희미한 포장마차 속에서
안경 낀 중년의 여자가 중학생 딸을 안고 운다
가끔은 누가 날 여자로 봐줬으면 좋겠어
쑥 냄새, 마늘 냄새의 씁쓸한 과거를 중얼거린다
여자가 피워 올리는 빨간 담뱃불은
막 첫 생리를 시작한 딸의 입술 같다
어미에게 물려받은 불씨로 탱탱하게 여무는 딸을 보며
여자는 그것이 환하고 따뜻하고 기특해서
곰 발다닥 같은 손으로 자꾸 딸을 쓰다듬는다
엄마처럼 살지 마라, 무너지는 어미를
딸은 마늘쪽만 한 제 젖가슴으로 받아낸다
엎어놓은 술잔 두 개 같은 어미의 젖무덤, 무덤을
평생 가슴에 달고 살아온 한 여자의 운명을
딸은 제 빈 잔에도 쪼르륵 따라 마셔보는 것이다
누구든 제 어미처럼 살고 싶지 않아도
그러나 어느 날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 잎들이 떨어지듯
바스락바스락 한없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몸 아래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다
동굴 같은 어둠의 거리 속으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모녀는
캄캄한 포유동물이 되어 걸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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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진]
그의 시에는 늘 여성이 자릴 잡는다.
막 꽃이 피려는 여성과
그 꽃이 이제 저물어가는 여성...
그 속에서의 삶이 무겁게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론 어머니를 생각하게 하고,
때론 아내를 생각하게 하며,
육체적, 정신적 갈등기에 서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갈등이 눈에 보인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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