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시인의 마을

[안도현]양철지붕에 대해서

나무소리 2006. 4. 13. 13:51

양철 지붕에 대하여

 

                      - 안도현 -

 

양철 지붕이 그렁거린다, 라고 쓰면

그럼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 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나는 수없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이었으나

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

빗소리였으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절실한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다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자국을 두른 양철이

그 놈이 가장 많이 상처 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

너는 눈치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 것

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 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 뒤에 햇볕 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는 않겠다, 라든지

그래, 우리 사이에는 은유가 좀 필요한 것 아니냐?


생각해 봐

한쪽 면이 뜨거워지면

그 뒷면도 함께 뜨거워지는 게 양철 지붕이란다

 

***********************************************

 

이건 또 뭔가?

누굴 가르치는 건지.

자신의 생각을 적은건지.

 

하지만,

사실 인게야....보는 눈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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