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시인의 마을

[도종환] 저녁 무렵

나무소리 2024. 7. 9. 18:10

저녁 무렵 / 도종환​​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등켜 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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