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고즈넉한 길..
거기에 바다와 잘 어울리는 풍광들..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서 오면 정말 좋은 섬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비렁길 1코스는 아주 오래 전부터 내가 동경해왔던 그런 편안한 곳이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인공구조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할 때 사랑과 기대를 가득 실어
편안하게 말로 읋조리듯 창조하셨다는 생각이 들만큼 편안한 길..
사랑하는 사람과 꼭 같이 오고 싶은 길.
아니 뭐 꼭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어떤가 그냥 원수만 아니라면 누구와도 친해질 것 같고
어쩌다 원수와 함께 온다면 화해할지도 모르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함께 온다면 저절로 사랑하게 될 것 같은 코스가 1코스.
반면 2코스는 조금은 인공미가 가미된 인간친화적인 길에 조금은 짜증스럽다.
어쩌면 1코스가 너무 자연스러운데 반해 그렇지 못한 탓인지도 모르지.
시멘트 콘크리트 길을 오르던 중 왼쪽에 작은 구멍가게가 보인다.
어찌나 반가운지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살까하고 커튼을 젖히며 들어서려는데
'어서오라'는 인삿말과 함께 차한잔하시고 가라는 따뜻한 말이 들린다.
조금은 이름 낮아 더 좋아 보이는 시골 내음 나는 평범한 아주머니와
어디서든 손해볼 것 같지 않게 생긴 도시티가 줄줄 흐르는 얄상한 사모님이 마주앉아있다
멈칫하다 그냥 나오려 쭈뼛쭈뼛하는데 오셔서 잠깐 쉬었다 가시라며 권한다.
커피를 한잔 달라하고 서서 마시려는데 자꾸만 자리를 권한다.
커피믹스 한잔을 달게 마시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오이를 깎아 놓고, 포도를 내면서 무조건 드시란다.
혹시 라면을 끓여주시지 않겠냐는 주문에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건빵이나 드시라면 뜯어 놓는다.
게다가 매실차를 한잔 마시고 나니 아주머니께서 시를 한 수 낭송해드리겠단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라는 김순덕님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암송하신다.
엄마 생각에 촉촉히 눈가가 젖는다...
마주 앉은 분은 서울에서 학교 선생님으로 재직중인데 5년전부터 방학이면 이곳을 찾는단다.
남편과 함께 와서 벌써 5일째 이곳에 머물며, 하나하나 코스를 돌아보고 있단다.
맛있는 걸 대접받고 좋은 시를 한 수 들었으니 하모니카를 한곡 불어드리겠다고
작은 다이아토닉 하모니카를 꺼내 [섬집아기]를 조용히 불고 자리를 일어섰다.
2코스를 하산하니 그럴 듯 하게 생긴 소나무가 무표정하게 쳐다본다.
3코스를 시작하기 점에 있는 식당에서 회덧밥 한 그릇으로 허기를 때우려는데
허기를 때우기에는 너무 맛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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