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시인의 마을

[도종환]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나무소리 2014. 6. 13. 10:52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 도종환 -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어둠 속에서 어깨를 떨며 서 있을 때
                다시는 죄 짓지 말라고
                말없이 다독여 주시던 손길을 잊고
                눈물을 멈출 수 없어 부끄럽게 돌아앉아 있을 때
                가까이 와 낮은 소리로 일으켜 주시던 말씀을 잊고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아니다, 아니다 하면서 헛된 이름을 팔며
                보이게 보이지 않게 허물을 늘려가는 하루 또 하루
                지킬 수 없는 말들을 하며
                욕되게 사는 삶 팔아 양식을 벌고
                욕되게 쓰는 글 팔아 목숨을 이어가는
                차마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돌아가자 돌아가자고 두 줄의 시를 쓰다
                때 묻어 궁굴며 한 줄의 시를 더 잊어버리는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잠자리를 펴고 누웠다가도 문득문득
               소스라쳐 눈이 떠지곤 하는 하루 또 하루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

   반성문을 써야 할 때가 있었다.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에 몇 번 썼던 기억이 있다.

 어른이 되어 한번도 써 본 일이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그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이 써야 했다.

 운전하면서 별 것도 아닌 일로 불쑥 화를 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이유없이 남의 탓으로 돌리고,

 먹고 살기 위해 그리 하지 않아도 됨에도 턱없이 나를 낮추는 비굴함.

 

 어이 일일이 설명을 다 하겠는가....

 가끔 반성문을 쓰지 못하더라도 가끔 이 시라도 떠올려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