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창고/인자요산 지자요수

소백산(130126)

나무소리 2013. 1. 28. 10:33

산행일시 : 2013. 1. 26

산 행  지 : 소백산(충북 단양, 경북 영주)

산행코스 : 죽령 ~ 천문대 ~ 제2연화봉 ~ 연화봉 ~ 제1연화봉 ~ 비로봉 ~ 비로사 ~ 삼가주차장(약15키로)

 

  매서운 칼바람을 맞고 싶다.

겨울이면 꼭 그런 산을 가고 싶어 못견뎌하니 이것도 중독인지...

볼이 갈라 터질 듯 강한 추위에 아픔과 함께 다가오는 쾌감,

강한 바람에 겨운 뜬 실눈 위의 눈썹 위에 매달리는 고드름에 뻑뻑한 쾌감.

추위의 고통이 쾌감으로 느껴지는 가학적 쾌감은 나만이 있는 걸까?

 

  겨울 산의 강한바람이라면 소백산, 오대산, 태백산이 내 기억 속엔 떠오른다.

때에 따라 더 강한 바람이 있는 곳도 있겠지만

내가 가 본 산 경험에 의하면 통상 그렇다는 것이다.

 

  죽령에서 하차하는 순간부터 강한바람에 매서운 날씨

오늘이 영하 20도쯤 된다고 하니 괜히 흥분된다.

 

  천문대에서 점심식사할 생각이었으나 강하고 추운 바람에

결국 제2연화봉을 지나고도 밥을 먹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바람을 피할 곳을 찾아 옹색한 점심을 먹을 수 밖에.....

 

  강한 바람에도 날씨는 얼마나 맑은지 하늘은 파란 물감을 엎질러 놓았다.

그 파란 하늘에 반사되는 조망으로 

남으로 도솔봉, 서쪽으로 월악산, 북서쪽으로 금수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햐~~~ 이런 절경이.....

 

 제1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의 허허벌판 계단을 오르내리며,

눈을 뜰 수 없고, 숨을 쉴 수 없을 만큼의 강한 바람과 함께

산 정산을 향해 흩날린 눈가루가 질주하는 풍경은 더없는 장관이다.

 

 비로봉 정상에서의 뿌듯한 포만감.

조금은 거만하게 동서남북을 둘러본다.

아니 어쩜 별 볼일 없는 인간이 더없이 거만스럽게 비칠지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이런 날은 정떨어질만큼 거만해도 누구든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나도 이미 넉넉해져 있다.

 

 겨울산만으로 놓고 본다면

덕유산이 입담 좋은 이야기 꾼의 장편소설과 같은 산이라면

계방산은 단 하나의 테마로 재미를 구성하는 단편소설 같다는 생각을 해봤었다.

 

 태백산이 질투 많고 앙칼진 여인네 같은 산이라면

오대산은 불끈하는 20대의 건방지고 오만한 남성에

소백산은 그 모든 것을 담은 절제의 미덕과 넉넉함

거기에 노련한 매서움과 관대한 너그러움을 갖춘 50대 가장 같은 느낌이랄까....

 

 소백산 못지 않은 매서움과 너그러움을 지닌 가리왕산이나

뭐든 웃으며 받아주는 걸출한 삼촌같은 점봉산.

 

 편안한 고등학교 때 교회 누나 같은 선자령

나름 강한 척 애를 쓰는 30대 엄마같은 계방산 

동네 이장 쯤 되면서도 제왕처럼 버텨보려는 제왕산

어릴 때 어깨동무하며 뛰놀던 친구같은 백덕산, 잠두산.....

 

  그 많은 산 중 겨울이면 꼭 찾고 싶은 소백산. 

오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내게 자신을 모두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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