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은 5층 건물 중 5층이다.
1층에는 H자동차 전시장과 경비실이 있고,
2층엔 H보험사 영업소가 몇 개 있다 보니 부녀 영업사원이 꽤 많다.
그 부녀사원들이 계단을 걸어가는 올라가는 사람이 없기야 하겠냐만
거의 대부분이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을 가는 걸 볼 때마다
‘저 아줌마들 진짜 너무하다’ 싶은 생각을 늘 가져왔다.
그게 어느 정도냐 하면 더러 출근시간에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면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가 꽉 차 서지 않고 그냥 올라가는데
막2층을 올라가는 중인데도 걸어 올라가는 사람은 없고
그냥 옆 사람과 잡담을 하면서 끝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출근시간엔 층마다 서니까 5층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지하주차장까지 내려갔다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건
기다려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굉장한 인내력을 요한다.
2층의 경우 걸어 올라간다면 세네번은 왕복을 해도 충분한
그 긴 시간을 끝까지 기다렸다 타고 올라가는 걸 보면
어떤 땐 짜증스러움을 넘어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오늘 아침
엘리베이터는 3층을 올라가는 중인데 몇이 서있고
어김없이 5층에서 지하로 다시 1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선다.
약간 늦은 출근이기에 5사람이 탔고,
엘리베이터 버튼은 1층에서 5층까지 모두 눌려 빨간불이 들어오자
잠깐 사이 나를 비롯한 3층 이상의 승객들 인상은 태풍전야다.
‘왜 저 2층 사람들은 꼭 저렇게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탈까?
걸어갔다면 벌써 사무실에 도착해 커피라도 한잔 마셨을 테고,
아침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면 건강에도 좋을 텐고,
3층 이상의 사람들의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도 알 텐데......‘
솔직히 좀 짜증스러우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왜 꼭 저렇게라도 걷지 않고 타고 가는 걸까?’를 생각하며,
5층까지 오르는 그 짧은 시간에 그 사람들 입장을 이해하고
나 스스로에 대해 참 많이 반성을 했다.
"얼마나 걷는 게 힘들면 저렇게 오래 기다렸다가 탈까?
집에서 새벽부터 아이들 챙기고 남편 출근시키고,
어른이 있으면 어른 챙겨 드리고 어쩌면 한 발짝도 걷기 싫을 수도 있겠구나.
사무실서 출근해서 잠깐의 회의를 마치면 전단지를 들고나가
하루 종일 앉아있지 못하고 걸어 다니면서 짜증나도 웃어야하고,
어딜 가도 반겨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환한 웃음으로 설문지를 받아야하니
저렇게 힘을 비축하지 않으면 하루가 더 힘든 걸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 늘 나는 내 입장만을 생각했구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야 5분을 넘지 않을 텐데
그 시간도 남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하는 난 더 한심한 사람이 아닌가?
언제부터 내가 이리 조급증을 느끼며 살았지?
왜 내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이렇게 없어졌지?
[너무 바쁜 것은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말이 꼭 맞는구나.
앞으로는 내가 좀 기다려도 짜증을 내거나 한심한 눈으로 볼께 아니라
그냥 환하게 웃어주는 마음이라도 가져야지.
저런 일을 하는 사람이 사무실을 찾아온다면 바쁘다고 내 치기보다
쇼파에 앉아 잠시 쉬며 차 한잔 마시고 가라는 말 한마디라도 해야지.‘
이 아침 그 하나를 깨달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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