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3시 31분 기차로 퇴근을 하는데 전화가 들어온다.
"여보세요?"
"여기 흥덕경찰서 사이버수사팀 배** 형산데 정*희씨 맞죠?"
"네, 그런데요?"
"다음 카페에 [쉴만한물가]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시는거 맞나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요?"
"거기에 올린 음악이 저작권 침해로 고소가 들어와서요."
"아, 그래요? 글쎄 어떤건가요?"
"문익환씨의 [호수]라는 글 배경음악 beloved네요"
"그래요? 거 참~~! 그거 지우겠습니다"
"그게 아니고요. 와서 조서를 받으셔야 돼요.
일단 고소가 들어와서요. 언제쯤 오실 수 있습니까?"
"음~ 5시쯤 제가 가겠습니다"
이제 서른은 좀 넘어 보이는 깔끔한 인상의 배ㅇ진 경장이
정중하게 자리를 권하면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다.
이런 젠장 망신을 당하려면 제아버지 함자 세글자도 생각이 안난다더니 완전 그짝이다.
하필 지갑을 놓고 오는 날 이런 일이 생기다니.
"지갑을 놓고 오다보니 신분증이 없는데 명함밖에....."
"그거라도 주세요."
형식적인 질문이 오가면서 합의 의향을 묻는다.
“폭력전과로 벌금 내신 적이 있으시네요?”
“아, 네......”
"합의 안보실거죠?"
"글쎄요.. 뭐 그쪽에서 요구하는 게 얼만지....???"
"아마 100만원은 요구할겁니다."
이러니 저러니 조서를 끝내고 나더니
"아마 기소유예가 될 거 같습니다."
"아, 그래요. 어쨌든 수고 하셨습니다."
"아닙니다. 내일 팩스로 신분증이나 복사해서 보내주세요.
연세도 많으신 분이 블로그를 잘 해 놓으셨더라구요."
"글쎄요, 그렇게 봐주시니......"
"전 젊은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이런거는 대개 중,고등학생들이나
30대 이전이고 가끔 초등학생들도 있고 한데 이렇게 연세가 많은 줄 몰랐습니다.
집에 가서 자녀들에게 음악같은 거 올리지 말라고 각별히 주의를 좀 주세요."
"넵, 수고하세요.."
이렇게 또 하루를 보낸다.
참 살다보니 별일도 다 있다 싶으면서 자신이 만든 곡도 아니고,
연주하거나 부른곡도 아닌데 MP3파일로 만들고 저작권을 운운하니 원......
하긴 그게 먹고사는 수단이니 이해를 하긴 해야겠지만
아무도 듣지 않고, 불려 지지 않는 노래가 무슨 의미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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