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혼자 살고 싶다(08. 10. 26)

나무소리 2008. 10. 27. 15:45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가 생각난다.

새벽 이른 시간부터 저녁 늦게까지 그저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그를 보는 동네 사람들도, 그 자신도 왜 그렇게

부지런히 돌아다니는지 모른다.

결국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좀머씨.


 뭔가 일을 하지 않으면 늘 불안해하는 아내.

마치 스스로 뭘 하는지도 모르게 늘 뭔가를 하는 좀머씨처럼...


 토요일 합천의 가야산을 가고 싶었다.

일요일 설악산 화채능선도 너무 가고 싶었고......


 헌데 감을 따야한다는 아내와 어머님을 설득시킬 자신도

힘이나 억지로 찍어 누를 능력도 없으니

그저 바램으로 끝내고 말 못하는 일하는 짐승이 되어 일하러 간다.


 토요일 바람이 심하게 불고, 차갑게 느껴지는 감나무에 앉아

오늘 부지런히 일하고 내일은 좀 쉬어야지 하는 마음.

집에 와서는 밤 12시가 넘도록 곶감을 깎는다.


 일요일 1부 예배를 마치곤 큰형님과 함께 가

또 감을 따는데 온몸이 으슬으슬 정말 일하기 싫다.

조금 이른 6시쯤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도 아내도 왜 일찍 왔냐는 눈치다.


 2층에 올라가 아내가 깎아 놓은 곶감을 매달고

저녁을 부지런히 챙겨먹고, [돼지와 오토바이] 연극을 갔다.


 진한 감동과 파안대소하는 웃음으로 막은 내려졌고,

극단 관계자들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몹시 못마땅해하는 아내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있다.


 결국 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본인은 죽도록 고생을 하는데 당신은 맨날 자기 좋아하는 것만 한다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큰아들 수리도 나 때문에 늘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이고

작은아들도 나로 인한 무척 힘들어한단다.

물론 나 밖에 모르는 이기주의 때문에 아내도 죽을 맛이고......


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아내는 끝없는 불만이다.

죽도록 고생만 하고, 죽지 못해 살아간다고......

 

 살아가면서 상처가 없는 삶이 어디있으며,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랑이 어디있나?

비록 상처가 있다해서 서로가 감싸매는 사랑이 또한 있는건데......


 자기가 해야 할 의무만 한다면 이러든 저러든 그냥 뒀으면 좋겠다.

상대에게 불편이나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본래 자신의 일 외엔 서로 간섭하지 않아야 하는데......

부부라는 이름으로 억지로라도 자신에게 맞추려는 아내.


혼자 살 수는 없을까?

어머님만 계시지 않는다면 당장 뛰쳐나올 텐데.

하루라도 빨리 이런 결혼생활을 끝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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