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사다 지로 -
글쎄...
내가 언제 [아사다 지로]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던가?
어쨌든 책을 읽었는지 안읽었는지 조차 기억에 없지만
작가의 이름이 내 귀에 익어 있으니 특별히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는 건
내 머리를 탓해야할 것 같고 읽었던 것 같다.
영화 [철도원]을 한 10년전쯤 봤던것 같은데
당시 원작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영화를 보긴했는데
그 원작자가 [아사다 지로]라고 하니 그래서 이름이 기억나는지도 모르겠다.
작은 삶을 그냥 조작조작(?? 이런 표현 있나??) 긁적여 놓았는데
솔직히 너무 평범하면서도 아무런 특징없이 이끌어가는 소설
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은은한 향기가 남아있는데
죽을 때 까지 가시지 않을 것 같다.
다시 읽고 싶다.
그러나, 다시 읽기엔 너무 재미가 없고,
우리 정서와는 어딘지 모르게 맞지 않는
무덤덤하게 써 내려간 단편소설들......
아~~ !1 맞다...
이런게 아마 미적지근한 물맛일거야..
시원하지도 뜨겁지도 않지만 갈증을 가시게 하는 그런 밍근한 물맛...
작품 모두가 중반까지 읽도록 뭘 얘기하는지 조차도 모르게
그냥 읽어내려간다.
머릿속에 잘 기억되지도 않는 묘한 일본식 이름때문에 그런지 모르지만
전체적인 작품에 기억될 만한 멋진 글귀도 없고
그렇다고 재미를 느낄 만한 표현이나 사건의 전개도 없이
어정쩡하게 써내려 간것 같지만 읽고 나면 그냥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 옛날 화롯불을 쬐는 듯한 느낌도 들고
화롯불에 서서히 익어가는 고구마 냄새가 나는 것도 같고....
최근 읽은 일본 소설
[치바 사진] [라쇼몽] 을 비롯한 다른 소설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재미있고
현 시대의 조류에 영합하는 소설이라고 한다면
[아사다 지로]는 절대 시대에 영합하지 않고
오직 클래식만을 주장하는 좀 따분한 스타일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휴머니즘 소설의 [빙점]과는 또 다르네...
그냥 훈훈하다..
이 책의 향기가 100년은 갈꺼 같다.
목차
1. 인섹트 - 순수한 무공해 대학생 사토루가 약삭빠른 도심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면서도 처절하게 순응해가는 안타까움....
변질되지는 말아야 하는데....
2. 쓰키시마 모정 - 어린시절 먹고 살기 힘든 삶속에서 팔려나온 [미노]는 사창가에서
고급 창녀로 성공을 한다.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 사창가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신분상승의 기회가 다가오지만 자신을 빼내려는 그 남자의 본처와 자식의
비참한 경제적 생활을 보고 창녀의 낙적을 포기하고 다시 사창가로 들어가
스스로를 희생해가는 이야기. 아프다. 많이......그래도 따뜻하다.
비록 몸은 두엄탕을 굴러다닐지라도 마음은 보석이다.
3. 슈샨보이 - 전쟁고아 이치로를 데려다 자신의 호적에 올려두고 구두를 닦으면서 양아들을
훌륭하게 성장시킨 기쿠지. 양아들이 중소기업 사장이 된 그 성공만으로 행복해하는
슈산보이 기쿠지... 거기에 은행권의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이치로의 운전기사 쓰카다.
모두 너무 따뜻하다. 아름답다. 꽃보다......
4. 제물 - 술주정뱅이에 심한구타까지 하는 남편을 만난 하츠에..
그 힘겨운 생활로 자식과 남편을 포기하고 집을 뛰쳐나와 이혼소송을 하고
경제적으로 한푼없이 생활을 하다 평범한 공무원을 만나 지난 과거를 모두 잊으라는
따뜻한 위로를 통해 과거를 잊고, 자식을 낳고 행복한 삶을 엮어가던 중 본 첫남편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제물로 술을 좋아했기에 사려다가 와인을 사가지고 제물을 올려놓고 문상을 하다가
서른살이 된 아들과 며느리, 손자를 만나게 된다. 모든걸 잊으려는 생각에 아는체하지
않고 돌아나오는데 아들은 멀리까지 나와 어머니를 염려한다.
인간적이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용서하는 아들,
남편을 버린 시어머니를 용서하는 며느리와 손자... 그래 그거야..
용서하지 못할것도 아파할 것도 없는 것이 삶이지....
5. 눈보라 속 장어구이 - 제국주의 일본에서 끔찍한 전쟁을 겪은 후 사단장이 된 미타무라.
전우들의 시체를 뜯어먹을 수 밖에 없는 처절한 굶주림 속에서 살아남은 그는
눈이오는 날 자신의 부대를 찾아온 사관학교 동기생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장어구이를 싸가지고 와서 자신의 부하에게 먹게한다.
지난 날의 그 아픈 전쟁터에서의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하는 내내 인간의 생존이
얼마나 절박한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전쟁터의 기아선상에서 잠시의 임무를 띄고
전쟁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본국에 와서 각 사단장들과의 자리에서 맛을 본 가장 맛있는
장어구이의 맛을 영원히 기억한다. 그 기억을 죽을 때까지 간직하기 위해 그 후로는 절대
장어구이를 먹지않는다는 미타무라 사단장.
어쩌면 그는 그 맛을 부관에게 보이기 위한 애뜻한 인간애를 가졌기에 그걸 싸온 게
아닐까? 자신의 팔뚝에 생긴 상처에서 치료를 받지 못해 곰살맞게 기어나오는 구더기를
최고의 단백질이라는 생각으로 생존을 위해 집어 먹는다는 이야기에선 전율이 온다.
6. 망향 - 의대교수 마사코. 그의 제자 오타. 마사코는 오타의 아버지를 사랑했고,
진한 사랑은 아니라도 진정 마음속으로 사랑을 나눈다.
그의 이모할머니 도모베의 부고를 듣고 문상을 가는데 동행을 원하는 오타와 함께
장례식장에 도착한다.
92세에 죽음을 맞은 도모베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지 못하게 한 수많은 선행으로
깊은 감동을 주며, 마지막까지 자신의 몸을 병원의 해부학 실험용으로 기증을 하는 선행.
소설의 첫 대목은 이렇게 시작한다.
[장례의 형태는 고인의 인품을 말해준다고 한다. 그 인생을 말해주는 게 아니고 품성을 말해준다는 의미다. 인간의 품성은 사회적 입장이나 경제력과는 크게 상관이 없기 때문에 화려하기만 하고 천박한 장례식도 있지만 검소한 빈소의 모습을 한번 바라보고도 마음이 움직이는, 소박하게 치러지는 장례도 있다]고.....
7. 해후. - 망막색소변성증 이라는 유전병으로 의과대학생이었던 연인과 헤어진 도키에.
안마사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그 사랑을 평생기억하며 살아간다.
맛사지를 받는 사람의 몸을 더듬으면서 옛 연인 에이치를 기억하게 되고,
한번쯤 자신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에이치는 졸업 후 의사국가고시에 합격을 해 전화를 통해 도키에의 눈을 치료하기 위해
안과를 전공하겠다는 사랑의 고백을 한다.
"내 꽃병은 너무 작고 에이치의 꽃은 너무 컸어. 단지 그뿐이야."라고 도키에는 말하며,
사랑의 꽃다발은 꽃병에서 넘쳐버려 감사의 한 마디조차 꽂을 틈이 없었다고
작가는 표현한다.
7편의 단편..
따뜻하다...
이래서 지금도 지구는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세상은 살아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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