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날
-서 정 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끝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여기저기 저 가을 끝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지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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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님의 시를 보면 가을이 생각난다.
"국화 옆에서"도 "푸르른 날"에서도...
시로써 보다 송창식의 노래로 더 잘 알려진 위 시는
가을 냄새를 머리 아플 정도로 뿜어낸다.
시를 좋아하는 고1의 아들 녀석이 내게 묻는다.
"아빠~!! 이 시가 배경이 가을여, 겨울여??"
"당연히 가을이지....."라고 말하지만
왠지 모든 계절을 나타내는 듯도 하지만
가을이 되면 난 한번쯤 푸르른 날을 읊조려 본다.
나는 왜 머리 아플 정도로 가을 냄새를 뿜는다고 했을까?
'정말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할 만큼 너그럽고, 여유로운가?'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들만큼 그리워 해본 적이 있는가?'
마음 속에 그리운 사람 하나 없다면
이것 또한 안타까운 일은 아닌가도 싶다......
가을이 가기 전
편안한 가을 시 한 편은 어떨까??
누군가를 한번쯤 생각하고 싶은 충동에
난 또 한번 노래 시를 읊어본다.
"눈이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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