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시인의 마을

[정호승]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나무소리 2004. 12. 13. 11:23
-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그대 잠들지 말아라

마음이 착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닌 것보다 행복하고
행복은 언제나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있나니

차마 이 빈 손으로
그리운 이여
풀의 꽃으로 태어나
피의 꽃잎으로 잠드는 이여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그대 잠들지 말아라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정호승 시집 [새벽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