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 상권
1. “옛날에는 세계가, 남자와 여자가 오늘날같이 따로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남자와 남자가 또는 남자와 여자가, 그 밖에도 여자와 여자가 한 몸으로 등이 맞붙어
있어서 마주 보지는 못하고, 서로 등짝이 딱 붙은 채 살아가는
세 종류의 인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거야.”
(이하 생략)
출처 : 플라톤의 [향연] 80쪽...
2. 집단 체면에는 꼭 필요한 두가지 원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는 그 집단을 구성하는 각 개인의 기본적인 성질이랄지 성격이 모두 비슷하고
그들이 놓여진 환경과 처지가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트리거(방아쇠)입니다.
그 직접적인 ‘방아쇠’는 집단의 전원이 거의 동시에 체험하게 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3. “인간은 이 세상에서 따분하고 지루하지 않은 것에는 금세 싫증을 느끼게 되고,
싫증을 느끼지 않는 것은 대개 지루한 것이라는 걸. 그런거야.
내 인생에는 지루해할 여유는 있어도 싫증을 느낄 여유는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두가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게 보통이지만“
4. 나는 거기에서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에 관한 책을 고른다.
아이히만이라는 이름은 나치 전범자로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지만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략)
그 행위가 옳으냐 그르냐 하는 의문은 그의 의식에는 거의 떠오르지 않는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단기간에 얼마나 적은 비용을 들여서
유태인을 처리할 수 있느냐는 것뿐이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유럽지역에서 처리해야할 유태인의 수는 전부 천백만이었다.
254쪽
5. 모든 것은 살상력의 문제다.
우리의 책임은 상상력 가운데서 시작된다.
그 말을 예이츠는 이렇게 쓰고 있다.
In dreams begin the responsibilities.
그 말대로다.
거꾸로 말하면, 상상력이 없는 곳에 책임은 발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아이히만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256쪽-
6. “눈을 똑바로 떠야 하네
눈을 감는 것은 약자가 하는 짓이야.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것은 비겁한 자가 하는 짓이란 말일세.
자네가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가고 있단 말이야“
-285쪽-
7. “그리스 비극이야. 카산드라는 예언을 하는 여자지.
트로이의 공주인데, 신전의 무녀가 되고 아폴로에게서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알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아.
그 대신에 아폴로는 카산드라에게 육체적 관계를 맺을 것을 강요하지만 그녀는 거절하지.
그러자 화가 난 아폴로는 그녀에게 저주를 내려.
그리스의 신들은 종교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신화적이거든.
즉 그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정신적인 결함을 갖고 있어.
짜증이 많거나 호색적이거나 질투가 심하거나 건망증이 있거나 하지“
(중략)
“그녀가 입에 올리는 예언은 언제나 옳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의 예언을 믿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폴로가 내린 저주였지.
더구나 그녀가 입에 담는 예언은 왠지 불길한 예언 뿐이었어.
배신, 과실, 인간의 죽음, 나라의 몰락같은.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카산드라를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경멸하고 증오하게 되었지“ -300쪽-
8. “그것이 이야기의 공통적인 구성요소지.
커다란 전화. 의외의 전개.
행복은 한 종류밖에 없지만, 불행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야.
톨스토이가 지적한 대로 말이야.
당사자 이외의 타인에게 행복이란 교훈적인 우화이고,
불행이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일 경우가 많지.“ -307-
9. “우리 인생에는 되돌아갈 수 없는 한계점이 있어.
그리고, 훨씬 적기는 하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한계점도 있지.
그런 한계점에 이르면 좋든 나쁘든 간에 우리들은 그저
잠자코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 거야.“ -315-
10. “알파벳의 G는 자기가 F의 다음이라고 화를 냅니까?
책의 68페이지는 자기가 67페이지 다음에 있다고 혁명을 일으킵니까?“-342-
11. “인간이 운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이 인간을 선택한다,
그것이 그리스 비극의 근본을 이루는 세계관이지.
그리고, 그 비극성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하고 있는 것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사자의 결점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당사자의 장점을 지렛대로 해서 그 비극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는 거야.
내가 말하는 걸 알 수 있겠어?
다시 말하면 인간은 각자가 지닌 결점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질(美質) 즉, 타고난 장점이나 아름다운 성질에 의해서
더욱 커다란 비극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는 거야,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 그 뚜렷한 본보기라고 볼 수 있어.
오이디푸스 왕의 경우, 게으름이나 우둔함 때문이 아니라
그 용감성과 정직함 때문에 그의 비극은 초래되었거든. -385-
12. <<우게쓰 모노가타리>> 국화의 언약 -435-
13. 사랑이라는 것은 세계를 다시 세워가는 일이니까.
사랑이란 어떤 일이든지 일어나게 할 수도 있어.
해변의 카프카 하권
1. “창밖에 뭐가 보여?
나는 그녀 등 뒤의 창밖을 본다.
“나무와 하늘과 구름이 보입니다. 나뭇가지에 새가 앉아 있는 것도 보이구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그 풍경을 내일부터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건 다무라 군에게 무척 특별하고 귀중한 풍경이 되지 않을까?“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런 식으로 사물을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있습니다”
그녀는 의외라는 얼굴을 한다. “어떤 때?”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 그런 느낌을 가졌습니다.” -78-
2. 안톤 체호프가 멋진 말을 했네.
“만일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온다면, 그것은 발사되어야만 한다”고 말일세
“체호프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것일세. 필연성이라는 것은 자립적인 개념일세.
그것은 논리나 모럴이나 의미성과는 다르게 구성된 것일세.
어디까지나 역할로서의 기능이 집약된 것이지.
역할로서 필연이 아닌 것은 거기에 존재해서는 안되지만,
반면 역할로서 필연인 것은 거기에 있어야 하네.“ -115-
3. “혼자 있을 때 상대를 생각하며 서글픈 마음이 된 적이 있어요?”
“물론. 이따금 있지. 특히 달이 창백하게 보이는 계절에는.
특히 새들이 남쪽으로 건너가는 계절에는. 특히......“
“어째서 물론이죠?”
“누구나 사랑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결여된 일부를 찾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다소의 차이는 있을망정
언제나 애절한 마음이 되는 거야. 아주 먼 옛날에 잃어버린
그리운 방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은 기분이 되는거지“
4. “이 세상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유 같은 건 원하지 않아.
원하고 있다고 믿을 뿐이지. 모든 것은 환상이야.
만약 정말로 자유가 주어진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무척 난감해할걸.
잘 기억해두라구. 사람들은 실제로는 부자유를 좋아한다는 것을 말이야.
장 자크 루소는 인류가 울타리를 만들었을 때 문명이 태어났다고 정의했지.
그야말로 예리한 관찰력이라고 할수 있어.
그의 말대로 모든 문명은 울타리로 구획된 부자유의 산물이야.“
5. 부처님의 제자 [명하] 이야기 -187-
6. 베토벤과 하이든 -282-
7. “싸움을 끝내기 위한 싸움이란 어디에도 없어.
싸움은 싸움 자체 속에서 성장해 가거든.
그것은 폭력에 의해 흐른 피를 마시고,
폭력에 의해 상처 입은 살을 뜯어 먹으며 성장해 가지.
싸움이라는 것은 일종의 완전 생물이야.“
8. “추억이란 당신의 몸을 안쪽에서부터 따뜻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당신의 몸을 안쪽으로부터 심하게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이기도 합니다.“
9. 인간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정말로 무게를 갖는 것은, 어떻게 죽느냐 하는 것이다.
어떻게 죽느냐에 비한다면, 어떻게 사느냐 같은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람이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역시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345-
10.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
여기에 자기를 녹아들게 하고 있다는 거야.
그렇게 하는 한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아.“
“자기를 녹아들게 한다고?”
“즉 네가 숲에 있을 때 너는 온전히 일부가 되고,
네가 빗속에 있을 때 너는 온전히 쏟아지는 비의 일부가 되지.
네가 아침 속에 있을 때 너는 온전히 아침의 일부가 되고,
네가 내 앞에 있을 때 너는 내 일부가 돼“-399-
11. “나는 먼 옛날에 버려서는 안될 것을 버렸어.
내가 무엇보다도 사랑하던 것을.
나는 언젠가 그것을 잃어버리게 될 것을 두려워했던 거야.
그래서 내 손으로 그것을 버릴 수밖에 없었어.
빼앗기거나 어떤 우연한 일로 사라져버릴 거라면,
차라리 내가 버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한 거지.
물론 거기에는 사라지지 않는 분노의 감정도 있었어.
하지만 그건 잘못된 일이었어. 그것은 결코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어.“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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