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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하권

나무소리 2006. 7. 11. 11:58

         해변의 카프카 하권

 

1. “창밖에 뭐가 보여?

  나는 그녀 등 뒤의 창밖을 본다.

  “나무와 하늘과 구름이 보입니다. 나뭇가지에 새가 앉아 있는 것도 보이구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그 풍경을 내일부터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건 다무라 군에게 무척 특별하고 귀중한 풍경이 되지 않을까?“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런 식으로 사물을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있습니다”

  그녀는 의외라는 얼굴을 한다. “어떤 때?”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 그런 느낌을 가졌습니다.” -78-

 

2. 안톤 체호프가 멋진 말을 했네.

  “만일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온다면, 그것은 발사되어야만 한다”고 말일세

  “체호프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것일세. 필연성이라는 것은 자립적인 개념일세.

   그것은 논리나 모럴이나 의미성과는 다르게 구성된 것일세.

   어디까지나 역할로서의 기능이 집약된 것이지.

   역할로서 필연이 아닌 것은 거기에 존재해서는 안되지만,

   반면 역할로서 필연인 것은 거기에 있어야 하네.“ -115-

 

3. “혼자 있을 때 상대를 생각하며 서글픈 마음이 된 적이 있어요?”

   “물론. 이따금 있지. 특히 달이 창백하게 보이는 계절에는.

    특히 새들이 남쪽으로 건너가는 계절에는. 특히......“

   “어째서 물론이죠?”

   “누구나 사랑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결여된 일부를 찾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다소의 차이는 있을망정

    언제나 애절한 마음이 되는 거야. 아주 먼 옛날에 잃어버린

    그리운 방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은 기분이 되는거지“

 

4. “이 세상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유 같은 건 원하지 않아.

    원하고 있다고 믿을 뿐이지. 모든 것은 환상이야.

    만약 정말로 자유가 주어진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무척 난감해할걸.

    잘 기억해두라구. 사람들은 실제로는 부자유를 좋아한다는 것을 말이야.

    장 자크 루소는 인류가 울타리를 만들었을 때 문명이 태어났다고 정의했지.

    그야말로 예리한 관찰력이라고 할수 있어.

    그의 말대로 모든 문명은 울타리로 구획된 부자유의 산물이야.“

 

5. 부처님의 제자 [명하] 이야기 -187-

 

6. 베토벤과 하이든 -282-

 

7. “싸움을 끝내기 위한 싸움이란 어디에도 없어.

    싸움은 싸움 자체 속에서 성장해 가거든.

    그것은 폭력에 의해 흐른 피를 마시고,

    폭력에 의해 상처 입은 살을 뜯어 먹으며 성장해 가지.

    싸움이라는 것은 일종의 완전 생물이야.“ 

 

8. “추억이란 당신의 몸을 안쪽에서부터 따뜻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당신의 몸을 안쪽으로부터 심하게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이기도 합니다.“

 

9. 인간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정말로 무게를 갖는 것은, 어떻게 죽느냐 하는 것이다.

  어떻게 죽느냐에 비한다면, 어떻게 사느냐 같은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람이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역시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345-

 

10.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

   여기에 자기를 녹아들게 하고 있다는 거야.

   그렇게 하는 한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아.“

   “자기를 녹아들게 한다고?”

   “즉 네가 숲에 있을 때 너는 온전히 일부가 되고,

    네가 빗속에 있을 때 너는 온전히 쏟아지는 비의 일부가 되지.

    네가 아침 속에 있을 때 너는 온전히 아침의 일부가 되고,

    네가 내 앞에 있을 때 너는 내 일부가 돼“-399-

 

11. “나는 먼 옛날에 버려서는 안될 것을 버렸어.

    내가 무엇보다도 사랑하던 것을.

    나는 언젠가 그것을 잃어버리게 될 것을 두려워했던 거야.

    그래서 내 손으로 그것을 버릴 수밖에 없었어.

    빼앗기거나 어떤 우연한 일로 사라져버릴 거라면,

    차라리 내가 버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한 거지.

    물론 거기에는 사라지지 않는 분노의 감정도 있었어.

    하지만 그건 잘못된 일이었어. 그것은 결코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어.“ -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