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 산행
천둥산과 서각봉 사이를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한다.
사람이 오르는 서각봉을 천둥산은 부러워할까??
천둥산을 오르지 않고 쳐다만 보고
대둔산 서각봉으로 오르니 천둥산을 놀려만 준 꼴.
들머리의 작은 노랑제비꽃이 봄을 더욱 맛나게 한다.
지난 가을 서럽게 떨어진 나뭇잎은
어쩌면 올봄에 태어날 새싹은 위한 희생은 아니었는지
그 희생에 힘을 얻어 봄바람의 기운으로 새순이 돋는다.
좌우에 피어 난 봄꽃에 취하고, 봄바람에 취해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돌부리에 걸려 주저앉고보니
눈앞에 이름모를 작은 꽃이 수없이 피어있다.
아~~!! 음지, 양지 할 것 없이
온 땅에 이젠 봄이 다 터져버렸구나.
이렇게 봄이 왔건만
산을 오르지 않는 이는 이 봄을 어찌 느끼겠는가
결국 봄은 산을 올라 느낀 자만의 것....
마천대에 조금 못미친 얼레지 군락지.
모든 얼레지가 고개를 동쪽 마천대로 향하는데
어느 것 하나 고개 든 것이 없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왜 모든 꽃이 저렇게 고개를 푹 숙였을까?
머리를 들어 마천대를 바라보니
정상은 없고 철제 개척탑의 거만함이 어찌나 흉물스러운지
그것이 역겨워 고개 떨군건 아닌지...
그 역겨움에 고개를 떨구었지만
얼레지는 꽃잎을 활짝 뒤로 재치고,
혀를 빼 문 듯 꽃술을 앞으로 내밀고,
환하게 웃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봄을 품고 있는 땅의 따사로운 위로 때문일 게야.
대둔산 정상의 마천대는
동쪽으로는 낙조대 능선을 거느리고
남서쪽으로 옥계 능선을 거느린 웅장함을 갖고도
전혀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사람을 받아들이며 펼쳐 있는데
인간의 교만함으로 세워진 개척탑
그건 흉물스럽게 왜 거기 서 있는지??
널찍한 너럭바위에 걸터앉으니
엉덩이가 차갑지 않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건
바위도 봄 기운을 받은 탓일텐데
그 봄기운을 결국은 엉덩이로 맛을 보는 셈이구나.
바위에 앉아
[우리 이야기방] 511번 글
[똥구멍으로 시를 읽다]와 [공감]을 이야기하며
봄날을 즐기며 웃음을 나눈다.
멀리 보이는 산 능선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일렁이는 모습인다.
분청사기로 유명한 도예가 [윤광조]님이
도자기에 산 능선을 그려넣으려는데
쇠붙이로 그리니 너무 딱딱해 부드러움이 없고,
붓으로 그리니 너무 부드러워 웅장함이 없어
몹시 애를 태우고 있었는데
코에 붙은 코딱지로 그림을 그려보니
그 산의 능선이 대단히 아름답게 그려지더란다.
그와같이
우리네 삶도 저 산처럼 서로 어깨를 걸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면서 살아가야지.
코딱지처럼 너무 강하거나 모나지 않고
너무 묽어 정체성도 없는 인간이 되지 말고.......
칠성골에서 본 웅장한 바위
그 틈새에서 듬성듬성 피어있는 진달래와 나무 새순들로
더욱 아름답게 보여지니
이것이 바로 봄 산행의 참 맛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