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시인의 마을

[이정하] 첫눈

나무소리 2024. 11. 29. 22:58

[첫눈 / 이정하]​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 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

그토록 못 잊어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