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시인의 마을

휴게소 / 조현근

나무소리 2023. 8. 13. 10:35

[휴게소 / 조현근]

바쁘게 살다가
내몰려 도착한 곳은
병원입니다

구백 리 서울 가는 길에는
휴게소가 열 개를 넘는데
오십 년 내 인생길에는
휴게소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넘어진 김에 쉬어가라 합니다
그러나 병원은
쉬기 위한 휴게소가 아니라
얹혀서 찾아온
바늘이 너무 무서운
용한 어느 할머니집 같습니다

이제 이 집을 나가면
풍광 좋은 추풍령휴게소를 찾아
야외 탁자에 앉아
강원도 찰옥수수를 먹고
천안 삼거리 휴게소에서는
호두과자 한입 맛있게 먹을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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