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쾌청한 날씨.
이런 날씨를 흔히 좋은 날이라고 한다.
‘좋은 날이라는 어떤 근거가 있을까?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비오는 날이 좋은 날일 수 있는데......‘
아마 어떤 필요에 의해서나 꼭 좋아서 좋은 것이 아니라
일상적 언어의 습관에서 비롯한 상투적인 용어일 게다.
이런 날 학교에서 따분한 수업을 듣는 다는 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 아닌 제삼자의 입장에서 좀 안돼 보일 수도 있는
별 도움도 안되는 쓸데없는 약간의 동정심을 유발할만하건만
나로썬 그리 나쁘지 않다.
맑은 날씨가 아니라 거꾸로 비가 온다면
좀 더 꿀꿀하거나 안돼 보이는 정도를 넘어 불쌍해 보이지 않을까?
이런 저런 별 도움 안되는 생각을 하며 406호 강의실에 들어서니
임원님들의 배려와 수고로 뒤쪽에 마련된 빵, 과자, 사탕, 커피, 각종 차는
학습효과를 위한 간식이 아닌 거의 사육장에 쌓인 사료를 능가한다.
졸다 낙서를 하다가 커피마시고, 사탕 먹다 차마시고,
핸드폰 뒤적거리고, 내가 뭐하는거지? 이런 생각하다보니
상담심리학을 끝으로 모든 강의는 끝났다.
혼자서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오는데
강의하신 양*진 선생님이 헐레벌떡 내려오시며,
“수업 받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 예, 강의하시느라 애쓰셨습니다.”
“집이 어디세요?”
“저는 이 근처입니다.”
“아~ 예, 제가 급히 먼저가야해서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헐레벌떡 뛰는 모습이 뭔가 몹시 급하구나 싶다.
“어딜 가시는데요?”
“대전 방송대 강의를 또 가야해서요.”
그리고 정문을 향해 뛰어나간다.
‘지금 시간 택시타기 어려울 텐데’
“교수님, 잠깐만요. 차 가져오셨습니까?”
“아니요, 택시타고 터미널로가 버스 타야지요.”
“지금 여기 택시타시기 어렵습니다. 제 차로 가시죠?”
괜찮다고 사양을 하지만 난감한 표정이다.
“아무말씀 마시고 타세요. 여기 택시 없습니다.”
차를 대고 얼른 타라고 차 문을 열자
옆구리에 가방을 끼고 차에 타긴 했지만
엉거주춤 앞좌석에서 좌불안석으로 피곤에 지친 모습이다.
‘그렇겠지, 세시간 동안 서서 열강을 하셨으니......’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 먹으로 갈 때
빵을 먹으며 무표정한 모습으로 정문에 들어서는 모습을 봤다.
같이 점심 먹으러 가자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피차 어려울 것 같아 말을 꺼내지 못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도
‘점심도 못 먹은 것 같은데......’ 생각했지만
내가 말을 꺼내면 스스로 더 초라해질까 모른 척 한다.
목적지에 도착해 내려드리니 고맙다면서 가방을 연다.
언뜻 보이는 가방 속에는 책과 빵 2개, 물 1명, 포도 쥬스 1개가 들어있다.
그 중 포도 쥬스를 꺼내 주며, 감사하다는데 사양하니 극구 받으란다.
그래야 맘이 편할 것 같다고......
‘그래, 내가 받는 게 예의가 되겠구나.’ 싶어 감사히 받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착잡하다.
어제 강의 시간에 점심을 못 먹고 초코파이를 먹었다고 했었는데.....
‘나이 헛 먹었구나. 허름한 해장국이라도 한 그릇 대접해 보냈어야 하는 건데......’
포도 쥬스를 마시려 해도 목구멍에 넘어갈 것 같지 않다.
저녁 잠자리에 누워서도 마음이 무겁다.
집이 서울이라는데 아침 일찍 나와 점심도 못 먹고,
대전 방송대 근처에 식당도 없어 저녁도 못 먹을 테고......
지금쯤 강의를 마치고 집에 갔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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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강사들의 고단한 삶.
매스컴을 통해 알고 있지만 배우는 학생인 우리마저 인식하지 못해서야......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선생님들에 대해
멀리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모셔오고 모셔다 드리는 그런 것도 또 다른 배움일 텐데.
누가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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