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친구 공장에 불나던 날

나무소리 2013. 2. 13. 12:46

“좀 전에 공장에 불이 났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하죠?”

 

지난 2월 5일 점심 무렵

10년 가까이 함께 산을 다녔고,

같은 교회를 다니는 친구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건축물하자보수나 조립식건축 사업을 하면서

2층에는 살림하는 집이 있었는데 사업장에 불이 났다는 건데......

 

퇴근시간도 되기 전 현장을 가보니

건축자재는 물론 장비일체까지 시꺼멓게 그을음과 뒤엉켜진 모습은

아둔한 말이나 글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하다.

 

급작스레 일어난 일이다보니

입고 있던 옷 외엔 숟가락 하나 건져내지 못한데다 보험도 가입되지 않았으니

이 추운 겨울 어찌 살아가야할지......

 

걸칠 옷조차 모두 불타버려 덜덜 떨리는데다

시꺼먼 그을음에 매쾌한 냄새에 숨 쉬기 조차 힘든 마당에

"사람 안다쳤고, 개도 무사하니 이만하면 다행이지요."하며

뻘쭘하게 웃는 그 모습 속에 긍정적인 인격의 성숙만이 돋보인다.

 

당장 오늘 저녁 잠자리부터 문제라는 생각에

우리 집으로 가자 하니 아는 사람 원룸 비어있는 곳이 있어

거기서 임시 생활하기로 했다며 거절한다.

 

우리 집 2층에 방 2칸짜리가 비어있으니 아무소리 말고 오라 해놓고

당장 하루 이틀 정도야 같이 먹고 생활한다지만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할 거 같아 교회로 연락하니

쌀, 라면, 국수,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이 바로 지급된다.

 

식재료가 있다한들 주방용품이 없으니 어찌하나 고민하는데

익명의 교인 한사람이 절대 이름은 밝히지 말라며 [전기밥솥]을 기증하고,

또 다른 분은 냄비, 후라이 팬 등을 비롯한 주방용품 일체를 기증하고,

교회에선 구제사업비로 500만원이라는 거금이 즉시 지원됐다.

 

‘당장 갈아입을 옷이 없으니 어쩌냐?’ 동동거리니

비록 구제의류지만 10여벌의 옷이 교회를 통해 지원되고,

함께 산을 다니던 산우(山友) 한 사람이 선뜻 [가스렌지]를 기증하고,

다른 산우 몇 명이 42인치 [TV]를 기증을 약속한다.

 

추운 겨울.

층간 소음으로 이웃집에 화염병을 투척하는 삭막한 세상.

 

하지만,

아직도 세상은 정말 살만하다.

이웃의 아픔에 함께 힘들어하는 가슴 따뜻한 이런 이들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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