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들어 첫 산행을 기획 산행으로 계획하고,
많은 회원님들과 행복한 산행을 꿈꾸며 정한 곳이
남해 금산 흔히 보리암이라고 알려진 곳.
산행접수를 하기 위해 올린 지 이틀 만에 우수회원 코너에서
버스 한대의 좌석은 예약이 끝났는데 계속 되는 예약으로
어찌할지 고민하다 부회장님과 산악대장님께 상의하고
두 분 전임회장님께 자문을 얻다 보니 차량 두 대를 운행하는
것이 좋다는 대체적인 의견이 나온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그게 그거지
차 한대나 두 대나 힘드는 건 마찬가지고......
두 대를 운행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추가 접수를 받으며,
운영상의 문제점과 경제성, 회원관리 등의 전반적인 것과
장시간의 버스를 운행해야하는 부담 등을 고려해
운영위원회의를 소집해 대략적인 계획을 구상한다.
아침 체육관에서 95명의 인원이 출발을 하는데
인원체크에서부터 만만치 않은 가운데
뜻있는 회원 두 분이 서로 협력해서 떡3말과
또 다른 님으로 부터 쌍화탕 백병을 협찬 받고,
귤 두 박스를 준비해 남해로 출발한다.
버스시간이 4시간 반에서 5시간 정도를 계산하다보니
회원들의 지루한 시간을 뭘로 메울지 고려한 끝에
1호차는 회장이 적당히 알아서 시간 때우고,
2호차는 몸부림님과 호세님께 어렵게 부탁을 드려
승낙을 얻어냈으나 2호차야 전문가들이지만
1호차에서 진행을 하는 나로써는 걱정이 태산이다.
다행스럽게 노래를 좋아하는 분들이 1호차에 타다보니
목적지까지 도착하는데 지루하지 않게 잘 왔다는
몇몇 회원님들의 말에 위로를 얻고 상주해수욕장에서 버스를 내린다.
소한추위는 꿔서라도 하랬는데 겨울 값을 하는지, 소한 값을 하는 건지
조금은 맵짜운 날씨가 겨울 산행을 실감케 하며
춥다는 느낌보다는 상쾌하다는 느낌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시리게 전해오는 몸으로 느끼는 계절은 썰렁한 겨울이지만
바다를 닮은 파란 하늘의 색감에서 전해오는 가을의 느낌이
하루 즐겁고 행복한 산행을 예감케 한다.
조망도 보이질 않고, 앞도 보이질 않는
들머리에서 쌍홍문까지 1시간가량 가는 길에
배낭에 먹거리, 옷가지를 잔뜩 짊어지고도
물병하나 달랑 들고 진주에서 오신 분들의 물을 얻어먹는
번죽 좋은 나뭇꾼님
“거지 똥구멍에 콩나물 대가리를 뽑아 먹으라”는 핀잔도 주고,
더러는 나ant꾼님의 맞수라고 하는데 내 보기에 서너 수쯤 고수인
갈비시(KBS)에 근무하는 신**님의 입담을 듣다보니 어느새 쌍홍문이다.
쌍홍문의 기암사이에 뚫린 굴속을 이리저리 빠져 올라가
보리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바다를 바라본다.
여유로운 바다는 겨울임에도 추위보다는 시원함을 내어주고
적당하게 떠 있는 섬은 어쩌면 그리 자연스럽게 공간배치가 되어있는지......
이리저리 휘돌며 바위를 즐기고, 눈을 즐겁게 하다
적당히 바람을 피하고 손바닥만한 햇살을 찾아 자릴 잡고
작은 것도 넉넉히 나누는 점심시간은 또 다른 풍요의 시간.
상사바위에 올라서니 벼랑으로 떼미는 강한 바람에
사진을 찍는 자세가 흔들릴 정도의 심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화니님이 다리를 삐끗해 몹시 힘들어 한다.
에어파스를 뿌려줬지만 몹시 더딘 걸음을 내딛으니
일행 중 하나가 배낭을 벗고 업고 가겠다고 자청하는 모습에
산내음 만의 정겨움과 서로를 아끼는 마음에 가슴이 찡해온다.
‘산내음이 아름다운 것은 바로 이래서지......’
다리를 쭉 뻗어 발을 남해 바다에 담그고
적당하게 허리를 기댄 자세로 솟아 오른 금산.
그 금산 자락의 바위와 적당히 조화를 이루고
조금은 위협적인 바위를 은근히 타이르는 듯 서있는 보리암.
바로 이 느낌이 상사바위에서 바라보는 산의 느낌이구나.
아쉬운 상사바위와 시원한 바람을 뒤로하고
부소바위를 지나며, 산신당을 둘러본다.
작년 봄 이곳에 들렀을 때 은은한 수선화 향이 발목을 잡았는데......
측백나무 숲을 지나는데 흰 눈발이 날리며
새로운 산행의 흥취를 돋우니 콧노래가 절로 난다.
대나무 숲에서 몇 장을 사진을 남기고,
망대에 올라서니 풀풀 날리는 눈발에 제법 심상챦다.
청주는 엄청난 폭설로 시내가 전쟁터를 방불케한다는 소식에
올라가는 길이 걱정이 되지만 그건 그때 일이고
눈 산행을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지.
보리암에 도착하니 구름은 쏜살같이 남으로 달려간다.
구름의 가는 방향과는 상관없이 서산으로 떨어지는 해는
남산 바위에 엉덩이를 올려놓고 붉은 얼굴로
하루의 만남에 아쉬운 손길을 흔든다.
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한 바위.
말라 늘어진 젖어미의 젖꼭지에 안타깝게 매달려 있는 애닮은 어린 아기 같은 바위.
상놈 머리에 사모관대처럼 어울리지 않게 서있는 바위.
이 모든 풍경들을 뒤로 하고 보리암과 작별을 고한다.
70대 할아버지 오줌발만큼 힘없이 굽은 임도를
버스를 타고 내려오며 하루의 산행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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