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창고/인자요산 지자요수

곡성 동악산 (060325)

나무소리 2008. 6. 25. 15:13
 

높게 자리 잡은 도림사는 새롭게 단청을 하려는지

인자한 부처님을 철 구조물로 가둬놓으니

부처님도 대웅전도 몹시 답답해 보인다.


겨울을 이겨낸 개울에는 봄이 흐르고,

버들강아지는 제법 살이 올라

잠깬 두 살배기 사내아이 고추만큼 커져있다.


살콤히 우리들 머리위로 쏟아지는 햇빛과

그 햇살을 시샘하는 바람이 한데 어우러져

산행하기에 더 없이 좋은 날씨.


30여분을 올라 신선바위에서 다리를 쉬며

지나가는 바람의 목을 휘어잡아 봄소식을 듣고,

가쁜 숨을 바람의 등에 얹어준다.


정상을 향해 가는 길옆 돼지젖꼭지 만한

진달래 꽃망울이 빨갛게 솟아올라

좀더 긴 햇살을 기다리고 있다.


“저거 봐라 꼭 돼지젖꼭지같이 생겼네??

우리 산악대장님 젖꼭지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쩝“


함께 있던 여자회원님이 한마디 한다.

“저건 10대네.....”

“얼래?? 요즘은 건강이 좋아 10대도 거봉이 있을 걸???

40대도 건포도가 있을테니까~~!!!“


이런 너덜거리는 소리를 주고받다 보니

동악산 이름표를 붙인 돌탑이 허허롭게 서있고

탑 꼭대기엔 효녀심청에 관한 작은 조각이 서 있다.


“아니 심청이는 10대 때 저래 배가 나왔댜???

젖동냥으로 컸다면서 젖도 크고 배도 나왔고

거 참 묘하네“

“저때는 저게 미의 기준였쟎아요....”


정상돌탑 뒤에 어떤 목적으로 서 있는지 모르지만

흉물스럽게 하늘을 찌르고,

산을 찌르고, 허공을 찌르며

각을 세운 철탑이 이맛살을 찌뿌리게 한다.


과학과 문명...

과연 이것들이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일까?

행여 더욱 빈곤하게 하는 건 아닌지......


‘지독한 지구 벌레들

기어이 가장 높은 곳은 어디든 점령해

바벨탑을 쌓고 있는 우주의 곤충에 불과한 현대인.


자연과 동화되어 자연의 소리를 듣기보다

자연의 소리를 흉내 내는 악기를 만들고,

산과 동화되어 공존하기 보다는

산을 오르기 위해 계단을 만들어 산을 지배하고

농토를 만든다고 바다를 메우며 자연을 역행하고......‘


동악산에서 10여분 더 걸어 마련한 점심자리.

해바라기씨가 박힌 것처럼 반찬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둥그렇게 둘러 앉아 나누는 정.


증평에서 처음 참석한 님의 푸짐한 닭발.

오곡밥에 쌈밥 정식 집을 차린 슬비님과 종이인형님.

순수한 農心(농심:농부들 마음)이 사라진지 오래 됐고

오직 라면 속에만 존재하는 농심을 좋아해서 그런지

늘상 라면을 끓여대는 석화.

이들의 넉넉함이 배를 불리며, 복으로 다가온다.


풍성한 먹거리로 마냥 즐거워하는데

바보온달님이 볼멘소리로 민원을 제기한다.


“에이~!! 무슨 어른이 이래????

애들 밥 먹는데 밀고 들어와 밥그릇 뺏고????“


맛있게 평강공주와 밥을 먹던 온달님 옆을

기어이 끼어들어 반찬을 축내니 그럴 수 밖에......


‘쌀독에서 인심난다’는 옛말

여실히 그 말이 증명된다.

‘어째 어른이 애들만도 못하댜~~~!!!’


온통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배넘어재에서 대장봉으로 가는 길은

암릉을 좋아하는 산내음 님들에게는

조금은 신선도가 떨어지는 느낌으로 생각된다.


대장봉의 길목에서 자릴 잡고 앉아

좌우에 시립한 소나무에게 하모니카를 한곡 선사한다.


지나가는 바람이 인간이 만들어 낸 소리에

귀가 거슬리는지 소나무 뒤로 슬쩍 등을 돌린다.


‘그렇다면 일어서야지~!!’


형제봉에서 목에 핏대를 세우며

가곡 [산노을]을 부르니 대장봉 중간쯤에서

선두가 손짓으로 답례를 한다.


완만한 형제봉 경사로를 내려서면서

능선과 이어짐이 없이 곧 바로 대장봉 오르막에 접어든다.


대장봉 8부 능선쯤의 바위에서

하모니카 몇 곡으로 숨을 고르고

[명태]를 불러보지만 영 노래가 되는 것 같지 않다.


한사랑님의 시원한 목소리가 울리니

멀리 있던 바람이 달려와 장단을 맞추고,

그 바람과 어우러져 나무들은 춤을 추고,

겨우 내 풀죽어 누웠던 바위는 힘을 얻는다.


멀리 동봉을 진행하던 선두는

맛깔스런 음악에 어린아이가 되어

두 손을 흔들기만 할 뿐 발을 뗄 줄 모른다.


대장봉 정상에서 동봉을 향하는 길에

우리가 가야할 길을 내려다보니

거침없이 트인 시야에 레고를 조립한 듯한 멋진 암릉.


한 발짝씩 떼는 발길에 닿는 바위촉감이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힘든 줄을 모른다.


부채바위에서 바위와 하나가 되고,

함께한 후미팀들과 엄부렁 덤부렁 하나되어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을 카메라에 담는다.


급한 경사의 너덜겅에서 힘들어하는 산우의 무릎에

맨소래담을 바르고, 압박붕대를 감아주는 대장님.

그 옆을 안쓰럽게 지켜보는 다비님과 아자씨님.

그 풍경에 먼저 발을 떼지 못하는 한사랑님.


이들이 있기에 산내음은 더욱 빛나고,

산내음이 아름다운 것을......


산행의 마무리로 계곡에 발을 담그며

하루의 피로를 흘려보낸다.

차가운 느낌의 짜릿함이 골수에 스며들며

상처 입은 지난 한주를 씻어내고,

살아갈 새로운 한주에 힘을 불어 넣는다.


‘인생이 오늘만 같아라.....

사는 날이 오늘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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