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컵.라.면.
난 4년전, 못난행동으로 인하여
그 누구보다 사랑했던 아내와 이혼을 해야만 했고, 지금은 여덟살 난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 규정이와 함께 살고있다...
하루하루 지난 일들을 후회 속에서 때론 눈물로 밥을 짓고
때론 아들에게 평생 아픈 상처나 주는것이 아닌가 싶어 가슴이 항상 메인다...
이 아이가 일곱살 되던해 바로 작년 가을의 일이다...
직장을 다니느라 아이에게 제대로 아침도 챙겨주지 못하고
항상 출근 준비에만 부랴부랴 바쁜 와중에 대전 출장으로 인하여 이른 새벽부터 대전으로 향했던 적이 있다...
전날 저녁 지어논 밥이 조금은 밥솥에 남아있기에 계란찜국을 데워놓고 아직 잠에서 덜깬 아이에게 대강 설명하고 출장지로 내려갔지만 그저 걱정이 되어 몇 번이나 전화로 아이의 아침먹기를 걱정하느라 제대로 일도 못본것 같다.
그날 저녁8시쯤 되어 집으로 돌아온 나는 피곤한 몸에 아이의 저녁걱정은 뒤로한 채 방으로 들어가 상의 양복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침대에 대자로 누운 순간!
'푹! 슈~~! '소리를 내며, 빠알간 양념국과 손가락 만한 라면 가락이 침대와 이불에 번졌다.
컵라면이 이불 속에 있었던 것이다.
이게 무슨일인가는 뒷전으로 하고 자기 방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를 무작정 불러내 옷걸이를 집어 들고 아이의 장딴지와 엉덩이를 마구 때렸다...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하느냐!
이불은 누가 빨라고 장난을 쳤느냐!'
혼자말로 중얼거리면서도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을 때 아이의 울음섞인 몇 마디가 나의 매든 손을 멈추게 하였고 나의 눈은 후회와 비통함으로 쏟아지는 눈물을 걷잡을 수가 없었다...
아이의 얘기는 어제 저녁밥은 아침에 다 먹고 점심은 유치원에서 먹고 저녁때가 되어 아빠가 일찍 오시질 않아 마침 싱크대 서랍 속에 컵라면이 있기에 가스렌지 불도 함부로 켜면 안된다는 아빠의 말을 따르고자 보일러 온도를 목욕으로 누른후 데워진 물로 컵라면에 붓고,
한 개는 아이가 먹고 한 개는 출장다녀온 아빠에게 드리고자 물을 붓고 식을까봐 제 침대 이불속에 넣어두었다고 한다.
그럼 진작 아빠가 돌아왔을 때 얘기를 안했냐고 하였더니 제깐엔 출장 다녀온 아빠가 반가운 나머지 깜빡 잊어버렸다고 한다...
아이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싫어 화장실로 들어간 나는 수돗물을 틀고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우는 아이를달래 약을 발라주고 잠을 재운뒤 침대보와 이불을 치우고 아이가 자는 방을 열어보니 얼마나 아팠으면 잠자리 속에서도 흐느끼지 뭔가....
그뒤, 그일로 인하여 아침은 물론 저녁 또한 퇴근시간이 무섭게 집으로 달려 오곤 한다...
지금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전남 광주 큰고모댁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들에게 제대로 전화도 못해 보고 따뜻한 밥도 못해 주어 항상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며 살았다.
혹시나 아이에게서 엄마가 보고싶다는 말이 나올까봐 마음 조이면서....
이젠 지난 과거를 서서히 잊어버리고 아이의 장래를 생각하며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갈것이라 다짐해본다...
그러나,
아이의 가슴속에 담겨있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은 변하지 않겠지...
**1999년 뉴스그룹에서 스크랩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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