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시인의 마을

푼글)가끔은 미치고도 볼 일이다...

나무소리 2005. 1. 27. 12:47
가끔은 미치고도 볼 일이다.
표피까지 조근거리는 내 마음의 바다 한 귀퉁이
후다닥 뒤집어엎어 헤일도 일고 태풍도 치게 하고 볼일이다
심해 밑바닥까지 흔들어 깨워 벌떡 일어난 태풍
벌건 잇몸 활짝 드러내며 몸부림치는
바다의 포효 앞에 발가벗고 서 볼일이다

가끔은 미치고도 볼 일이다
내 속에 있는 짐승하나
길들여지도록 목에 매여 있던 관습의 고리 풀어 헤쳐
동물적 후각으로만 사랑을 찾도록
이성의 뇌를 들어낸 후 들판에 내몰기도 하고 볼일이다

가끔은 미치고도 볼 일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단하나의 의미가 당신이라는 맹목으로
돌처럼 단단한 믿음의 단을 쌓고도 모자라
스스로 자멸하는 내 영혼을 향해 두 눈을 멀게 하고도 볼일이다
폭풍 속을 발가벗고도 달려 갈 수 있는 미련함으로
당신을 향한 내 분신에 스스로 불을 질러 보기도 할 일이다

그렇게 가끔은 미치고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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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세이클럽에 [꽃신속의 바다]라는 대화명을 쓰는 분의
시를 허락을 받고 퍼왔습니다...
뭐라고 할말도 없고 그냥....감탄할 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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