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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첫눈

[첫눈 / 이정하]​아무도 없는 뒤를자꾸만 쳐다보는 것은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느낌이 들어서이다.그러나 너는 아무 데도 없었다.낙엽이 질 때쯤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색 바랜 사진처럼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너의 생각이 싸아하니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하다가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네가 쌓이고 있었다.

첫눈 오는 날 / 곽재구

첫눈 오는 날 / 곽재구사랑하는마음이 깊어지면하늘의 별을몇 섬이고 따올 수 있지노래하는마음이 깊어지면새들이 꾸는 겨울 꿈같은 건신비하지도 않아첫눈 오는 날당산 전철역 오르는 계단 위에 서서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가슴속에 촛불 하나씩 펴 들고허공 속으로지친 발걸음 옮기는 사람들사랑하는마음이 깊어지면다닥다닥 뒤엉킨이웃들의 슬픔 새로순금 빛 강물 하나 흐른다네노래하는마음이 깊어지면이 세상 모든 고통의 알몸들이사과꽃 향기를 날린다네* 첫눈이 너그럽게도 왔습니다. 첫눈은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온다네요 첫눈은 참 인색하게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맘껏 베푸는 마음으로 내려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늘 첫눈을 기다리는 간절함으로 저렇게 넉넉하고 후덕하니 여유가 있음 좋겠습니다 좀 너그럽고, 인색하지 않길..

[정호승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자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순백의 골목을 지나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더러 사먹기도 하면서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첫눈 오는 날 만나자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