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시인의 마을

[이종률] 좋은 사람들

나무소리 2006. 4. 14. 11:25
 

                       좋은 사람들 (1995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이종률 -

 

우리가 살아가는 땅은 비좁다 해서 이루어지는 일이 적다 하지만 햇빛은 좁은 곳 위에서 가루가 될 줄 안다 궂은 날이 걷히면 은종이 위에다 빨래를 펴 널고 햇빛이 뒤척이는 마당에 나가 반듯하게 누워도 좋으리라 담장 밖으론 밤낮 없는 시선들이 오는지 가는지 모르게 바쁘고 개미들의 행렬에 내 몇 평의 땅에 골짜기가 생기도록 상상한다 남의 이사에 관심을 가진 건 폐허를 돌보는 일처럼 고마운 희망일까 사람의 집에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일이 목메이게 아름답다 적과 내가 엉기어 층계가 되고 창문을 마주 낼 수 없듯이 기운 찬 사람을 만나는 일이란 따뜻한 숲에 갇혀 황홀하게 밤을 지새는 일 (지금은 적잖이 열망을 끼얹거나 식히면서 살 줄도 알지만 예전의 나는 사람들 안에 갇혀 지내기를 희망했다) 먼 훗날, 기억한다 우리가 머문 곳은 사물이 박혀 지내던 자리가 아니라 한때 그들과 마주잡았던 손자국 같은 것이라고 내가 물이고 싶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노을이 향기로운 기척을 데려오고 있다 땅이 세상 위로 내려앉듯 녹말기 짙은 바람이 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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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집에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일이 목메이게 아름답다

바로 그렇다...

그런데 왜 이리씁쓸한지.

내 집 담을 높이고 그것도 모라자 창엔 철장을 세우고,

나 스스로를 가두는 모진 인간들...

 

우리가 머문 곳은 (중략) 그들과 마주 잡았던 손자국 같은것이라고

그래 느낌이다.

따스하게 전해오는 그 느낌....

 

노을이 향기로운 기척을 데려오고 있다

땅이 세상 위로 내려앉듯 녹말기 짙은 바람이 불 것이다.

포근하다. 좋은 사람들이 있는 세상은......

 

포근한 인간미..

가슴으로 전해지고, 느낌으로 만나는 사람들...

그게 좋은 사람들이지..

자연을 배척하지 않고 자연을 보고 배우고,

자연과 더불어 어울어지면서 느낌으로 남는.....

 

헌데 이 글은 왜 마침표가 없고 줄바꿈이 없을까???

혹시 사람의 삶이 이렇게 해서 이어진다는 그런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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