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초라하다 싶을 정도의 작업복 차림에 헐렁한 청바지
손엔 [FOCUS]라는 무가지가 들려 있었습니다.
별다른 눈길을 끌만한 어떤 것도 내겐 없었고
그 또한 내게 크게 주목되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비슷한 취미와 연배가 비슷해보인다는 이유에
내 인상이 유난히 좋다는 이유로 자꾸 말을 건네왔습니다.
마지못해 묻는 말에 대답을 하며 솔직히 형식적으로
관심이 있는 척 하며 대답을 적당히 얼버무리는데
자기 명함을 건네면서 꼭 한번 지나는 기회에 들러달라고 말을 했습니다.
명함에는 [이태리 정통 피자 전문점] 호수 라고되어있고 씌어있기에
적당히 버릴수도 없어 주머니에 집어넣고 왔습니다.
한참이 지나 우연히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보니 그 명함이 나오기에
버리려는데 명함 뒷면에 작은 글씨에 빼곡히 깨알같은 글씨가 있기에 읽어보니
바로 아래에 있는 고 문익환목사의 [우리는 호수랍니다]라는 시였습니다.
당시 느끼지 못했지만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 생각되어집니다.
기회가 된다면 그 피자집에 들러 진지하게 이야기해봐야 겠습니다.
Beloved(Michael Hoppe) 와 함께 시를 올려봅니다.
우리는 호수랍니다.
詩 문익환
하늘에선 찬란하기만 하던 별들도
우리의 가슴속에 내려와선
서로 쳐다보며 서러워지는
우리는 호수랍니다.
배고픈 설움으로 남의 배고픈 설움에 서 눈물짓는
가녀린 마음들
방울방울로 솟아나고 흐르고 모여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되는
우리는 호수랍니다.
그믐밤 풀벌레 소리 들으며 서러워지던 별들
풀이파리에 이슬로 맺혔다가 아침햇살을 받아 뚝뚝
떨어져 땅속으로 스며
실낱같은 사랑으로 어울려 하늘처럼 맑은
우리는 호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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