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책마을 산책

[김홍신] 초한지

나무소리 2008. 2. 21. 09:40

3권 ~ 6권

마음은 항상 왕후장산과 같은 온후함을 지니고,

생활과 처신은 서민처럼 해야 만인이 우러러보는 법입니다.
과거 현령이었던 자들을 생각해보십시오.
그들은 마음에서 제일 큰 전사에 살았으나 ,
주민들은 그들을 존경하기는 커녕 자기들을 착취하는 승냥이 대하듯 하지 않았습니까?

 (범증이 항우에게)-85쪽

항우와 범증과의 대화 1
"지나가던 개들이 음식 냄새를 맡고 들어온다면, 칼로 베어버려야 마땅하지요?"
"칼로 베기보다는 오히려 음식을 밖에 내놓는게 현명할 수도 있지요"
"침입자를 보고도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대인이나 호걸은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나타내지 않습니다.
 그것이 범인과 다른 점이지요.

 보아하니, 항우장군은 그 점만 유의하신다면 천하를 도모할 것 같습니다"

항우와 범증과의 대화 2.
"찾아온 유민군 중에서 어떤 자들을 뽑아야 제 밥값을 해내겠습니까?"
"그들을 같은 시간에 취침을 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순서대로 필요한 수만큼 선발하면 될것입니다.
 게으른 자들은 별로 쓸모가 없습니다.

 상가집 개도 부지런해야 밥을 얻어먹는게 아니겠습니까?"

유방은 어떤 어려운 일에 부딪혀도 곧잘 웃었다.
구김살 없이 서글서글 웃는 얼굴은 어디로 보나 모난 곳이 없어 보였다.
이러한 호인풍의 얼굴은 누구나 친근감을 갖게했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유연함이 있었다.
그 유연함이야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자기에게 끌어들이는 마력과도 같은 힘이 되었다.

범증이 항우에게
"욕심을 좇는 인간의 마음은 수레바퀴 돌듯 변덕을 부리지요.
 말을 타고 군졸과 함께 동고동락하시는 장군의 자세가 바람직합니다.
 말에 채찍질하듯 자신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보다 더 좋은 수양은 없고,
 남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는 것보다 더 좋은 공부는 없습니다.
 말 채찍은 그래서 좋은 것입니다.
 말을 채찍질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이겠지요."

역이기가 유방에게
"사람이 늙으면 기가 입으로 옮아 옵니다. 젊은이는 육신을 늘리는데 정력이 뻗치지만,
 늙은이는 몸을 잘 놀리지 못하니까 입을 놀리게 되지요.
 결코 화술이라고까지 과찬받을 바가 못 됩니다."
"그대처럼 말 잘하는 여인이 내곁에 있어주면 좋을 것 같소?"
"화술이 능란한 여인은 경계해야합니다. 화근이 됩니다.
 몸으로 남자를 녹이고 입으로도 녹인다면 그 여인은 안하무인이되고 맙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여인의 치마폭에 싸여 앞일을 그르친 제왕이나 못난 자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여자는 느낌으로 판단합니다" -한신의 여인이 한신에게-

재목의 능력은 그 누구의 가르침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천부적 재능 또한 어떤 계기가 올 때까지 잠재해 있기 때문에

그 전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면 안될것이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어떻게 재능을 발휘되느냐에 따라 재목으로서의
그릇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社)란 국토를 의미하는 수호신이며, 직(稷)은 오곡의 신이다

범증이 항우에게 쫓겨나면서 하는 탄식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더한 잘못을 저지르니 이는 교만이요,
 남의 생각을 자기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르다 함은 오만이 아니던가.
 또한 큰일을 이루기 위해 법을 폐하고 자신의 공명만을 내세운다면 이는 외람됨이라.
 비록 꾀가 있으나 그 꾀로 남을 침범하고 제 이익만을 도모한다면 이는 탐함이라 했던가.
 그러니 이제 무슨 미련이 있겠는가"

괴통이 한신에게 왕이 될것을 권하며
"천하에는 실태라는 것과 허태라는 것이 있습니다.
 실태와 허태를 잘 살펴 그것의 힘을 횡으로 종으로 각각 재어보는 겁니다.
 다음에는 그 힘을 자국의 의도나 힘에 흡수시킵니다.
 이것을 종횡학이라합니다."

"귀하게 되느냐 천하게 되느냐는 골상(骨相)으로 알수 있나이다.
 앞으로 다가올 근심이나 기쁜 일은 얼굴 모양과 색상으로 알 수 있으며,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은 심상(心相)에 달려 있사옵니다.
 이런 점을 잘 관찰하면 앞날의 일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사옵니다"

"하늘이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벌을 받고,
 때가 되었는데도 행동하지 않으면 화가 미친다고 들었나이다"

한신이 괴통에게
"남의 수레를 타는 자는 수레주인이 근심을 제 몸에 싣고,
 남의 옷을 입는 자는 옷 주인의 걱정을 제 가슴에 품으며,
 남의 밥을 먹는 자는 밥의 주인과 죽음을 같이한다"

괴통이 한신에게
"대부종과 범려라는 자는 망해가는 월나라를 구해 월왕 구천을 패자로 만드는 공을 세웠으나
 결국 죽임을 당했사옵니다. 자고로 토끼를 잡고 나면 사냥개를 없앤다(兎死狗烹)했고
 적국을 치고나면 모신은 버림을 받는다(敵國破謀臣亡)했으며,

 용기와 계략이 주인을 능가하면 신상이 위태로워진다(勇略震主者身危)는 옛말도 있습니다"

"망설임과 의심은 대사를 이루는 데 방해가 되나이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인데도 미루기만 하면 백사의 화근이 되옵니다.
 그래서 맹호라 해도 어물대고만 있으면 벌이나 전갈만큼의 위력도 없으며,
 준마라 해도 주춤거리고 있으면 느릿느릿 걷는 늙은 말보다 못하다 했나이다.
 또 요순과 같은 성군의 지혜가 있다해도

 입을 다물고 있으면 벙어리의 손짓이나 발짓만도 못하다 했나이다.
 이 모든 것을이 생각보다 행동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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