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이젠 달에 소망을 싣지 않으리니....

나무소리 2007. 11. 26. 13:43

아침 출근 길

자욱한 안개속으로 빨려들다보니 청주역이다.

 

아직도 삶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몇개의 플라타너스 잎이

끈질기게 매달린 모습이 잡다한 내 삶의 그림자로 비쳐진다.

미련스럽도록 끈질긴 내삶으로....

 

어젯 밤

그냥 길 닿는데로 가다보니 교원대학교.

불빛도 없고, 포장도 되지 않은 곳에 한적한 곳에 차를 쑤셔박고

희뿌연 안개에 쌓인 어둑한 텅빈 공간에서

하늘을 올려봤다.

 

보름을 하루 지내고 난 서글픈 달은

육안으로 보기에 보름달인지 하루를 지났는지 구별이 쉽지 않지만

꽉 차오른 달 속에서 서글픔의 눈물을 봤다.

 

매일 자신의 살을 깎아내면서 살아가야하는 운명.

보름동안 키워왔던 자신의 꿈과 희망과 사랑을 덜어내고

이제 운명을 다한 등불로 사라져야 하는 것을 아는 달의 아픔.

 

어쩌면 이것도 모른채 살아가는 내가 더 행복할지도......

 

의미없이 떠오르는 잡다한 상념에 사로잡힌 내모습을 보며

달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초췌한 내 모습 속에서 자신이 겪어야만 하는 운명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젠 내 꿈도, 희망도, 추억도, 사랑도

그 어떤 것도 달 속에 싣지 않으리.

 

보름이면 부풀어 오른 풍요로움이

보름 동안 제 살을 깎아 아픔을 견뎌야 하는

그 달에 싣지 않으리......

 

마흔 아홉 10월 보름을 지난 하루의 일기(2007.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