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군에 있는 아들에게....

나무소리 2007. 11. 13. 11:23

가을도 끝물로 접어드는 날씨가 되다보니

안개가 어찌나 심한지 출근길이 불편하기도 하고

기차에서 보면 나름대로 운치가 있기도 하고 그렇다


편지를 한다는 생각은 늘 있으면서 생각지 않는 일들로

차일피일 미루게 되어 한동안 편지가 뜸했다.


먼저는 아버지가 게으른 모습을 보여 몹시 미안하게 생각하며

전화통화가 잦다보니 늘 안부를 알고 있으면서

믿음직한 아들이라는 생각에서 마음을 좀 놓았었다.


그 동안 집안에 잡다한 일들이 좀 있었다.


보름전쯤 할마니께서 두통이 있으시다고 하시더니

왼쪽 얼굴이 무감각해져서 좀 이상하다고 하시기에

병원을 모시고 갔더니 전에는 왼쪽에 중풍이 왔는데

이번에는 왼쪽에 중풍이 와서 그렇다고해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스런건 바로 병원을 찾아 응급조치를 하고 약들 먹고

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게 되어 천만다행이다


너 있는 곳이 몹시 추운지역이 되다보니 요즘 생활이 쉽지 않지 싶다만

군생활은 좀 힘든 과정도 있어야 기억에 남고 그 기억이 멋진추억이 되어

살아가는 동안 늘 화제가 되곤한다.


네가 이젠 다음달이면 병장이 된다고 하니 한편으로 대견스럽기도하고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다는 것을 실감한다.


모름지기 병장이라고 한다면 사병으로써는 최고모범이 되어야한다.

먼저 군에 입대해서 짬밥 한그릇 더 먹었다고 선임병 행세나 하는 사람은

병장으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직책이나 지위는 그 사람의 인격과 걸맞아야 하고

무엇에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본보기가 될만한 사람이라야 한다.


네가 병장이면 이젠 후임병들에게 먼저 솔선수범하여

궂은 일도 마다해선 안되고, 좋은 일엔 먼저 뛰어들어서도 안된다.

나름대로의 체면도 차릴 줄 알아야하고 의리도 지킬줄 알아야 하며

때론 힘든 일에 책임을 지고 다른 사람대신 고통도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있다

勿爲善小以不爲 勿爲惡小以爲止

‘착한 일은 그것이 비록 작다해도 아니해선 안되고,

악한일은 그것이 아무리 작다해도 해서는 안된다.‘ 는 말이다

늘 명심하고 마음 속 깊이 새겨두기 바란다.


국화꽃이 향기를 품고 있다고는 하지만 온실에서 자란 꽃은

그 향기를 뿜어낼 수가 없다. 비바람을 맞고 찬바람에 서리를 견뎌낸

그런 꽃이라야 진정한 향기를 뿜어 낼 수가 있다.


아버지가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늘 정직해야한다.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아무 생각없이 한 거짓말이

그 사람 일생에 큰 영향을 주게되고 그것으로 불행해지기도하고

인생을 망치는 경우는 허다하게 볼 수 있다.


신문이나 티비를 통해 보았겠지만 신정아교수와

변양균 전 청와대정책실장의 예를 본다해도 그렇다.

그 사람들이 실력이 있고 능력이 있다고 누구나 인정하지만

하루아침에 평생을 이뤄놓은 것을 무너뜨리는 건 한 순간이라는

너도 보아서 알게다.


무엇보다 정직하고 한순간의 이익이나 편안함에 눈이 멀어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 받을 짓이나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그런 일을 해서는 결코 안된다.

또한, 늘 생각하면서 말하고 행동하고

너로 인해 부모에게 욕이 돌아가서도 안된다.


언제나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되고

그러면서도 스스로 돌보는 것을 게을리해서도 안된다,.


건강도 스스로 돌보아야 하고, 몸만 돌보아 몸이 비대해지는데 비해

정신이 빈곤해지면 그 또한 남자로써 아니 인간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늘 책을 가까이 해야한다.


그리고, 네 인상의 10년 앞을 생각하며 행동하기 바란다.

네가 10년 후에는 어떤모습이 되어 있을까를 결코 잊지말고,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살아주길 바란다.


아버지는 너를 믿는다.

네가 가진 꿈을 위해 네가 가진 것을 조금도 아끼지말고 최선을 다해라.

건강, 시간, 그리고, 네 정신의 모든 것을.....


늘 건강하길 바라며, 일전에 이야기한 핸드크림을 여러개 보낸다.

혹시 같은 전우들 사이 없는 사람들이 있으면 나눠주고

그래도 부족하면 언제든지 연락하기 바란다.


수리야~!! 사랑한다.


2007.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