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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숫자의 기원

나무소리 2005. 2. 17. 09:45

신화에는 숫자가 없다. 혼돈에서 암흑과 밤이 생길 때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우주의 첫 패권자인 우라노스와 그의 아들 크로노스의 통치 기간은 얼마나 길었는지에 대해서도 정보가 없다. 제우스가 티탄들과 치른 전쟁이나 거인들과 벌인 전쟁은 9년 동안 계속되었다고 전하지만 이때의 9년이란 실제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긴 세월이란 뜻으로 쓰인 것이다. 

또 부모의 부부싸움에 끼어들었다가 제우스에게 던짐을 당한 헤파이스토스가 올림포스에서 땅으로 9일 동안 떨어졌다고 하는 것도 한참 떨어졌다는 표현에 불과하다

 

영웅 역시 숫자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간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들었을 때 잠을 자고 새벽이 돌아왔을 때 잠에서 깬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삶은 이와는 판이하다. 모든 것이 숫자로 가득한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5시 퇴근하고 정확한 시각을 정해 사람들과 만난다.

거리도 몇㎞라고 정확한 숫자로 표현하고, 달리는 속도도 숫자로 표시된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6.5세이고, 국민 소득은 일인당 1만달러가 넘는다.

모든 사람에게는 주민등록번호가 주어지고 이것에 의해 자신의 신분을 보장받는다. 심지어 아름다움까지 팔등신이란 수학적 개념으로 파악하고 사람의 능력도 연봉 액수로 따진다.

우리 주변의 숫자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태양과 지구의 거리, 각 행성들의 궤도, 가장 가까운 은하까지의 거리 같은 천문학적 지식은 물론 꽃잎의 배열까지 수학이 안 스며드는 곳이 없다. 과학의 시대인 오늘날 아무것도 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이 언제부터 수 개념을 생각해 냈는지는 알 수 없다. 처음에는 가축의 수를 센다든가 날짜가 가는 것을 헤아리기 위한 실용적 목적에서 생각해 냈을 것이다.

농사를 지을 때 반드시 필요한 천문 관찰이나 달력의 제정, 토지 측량, 교역이나 분배.과세 같은 고도로 발달된 경제행위는 수 개념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이처럼 수의 실용성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런 실용적 수단으로써의 수를 순수한 학문인 수학으로 발전시킨 사람은 피타고라스(기원전 570년~496년)였다. 그는 수를 만물을 설명하는 기본 원리라고 보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가장 적절한 상태와 이상적인 비율이 있다. 우리의 몸에는 더운 것과 찬 것, 마른 것과 젖은 것과 같은 여러 요소가 있는데 이들 요소가 올바른 수학적 비율에 놓여 있을 때 건강한 반면 이 비율이 깨졌을 때는 병에 걸린다.

또 소리는 일정한 진동수를 가지고 있는데 그 소리들 사이에 올바른 수학적 비율이 있으면 아름다운 음악이 되지만 이 비율이 깨지면 소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