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조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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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이 땅의 민중들은 단 한번도 맑은 하늘 아래서 마음껏 자유와 평화를 누린적이 있는지.
네가 본
건, 먹구름 :
'먹구름'은 '맑은 하늘'과 대립되는 심상으로 암담한 상황.
네가 본 건, 지붕 덮은/쇠 항아리∼일생을 살아갔다 :
'지붕 덮은/쇠 항아리'는 억압과 구속,
억눌려 살아야 했던 역사적 상황
닦아라, 사람들아∼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맞이하기 위해 '먹구름'을 닦고,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쇠 항아리'를 찢으라는 것으로
상황의 극복을 위한 민족사적 방향을 제시
아침 저녁∼마실 수 있는 사람은/연민을 알리라 :
백성들이 왜 현실에 참여해야 하는가?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먹구름을 닦고
쇠 항아리를 찢어야만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고,
삶의 외경(畏敬)과 연민(憐憫)을 알게 된다.
차마 삼가서∼서럽게 눈물 흘려/살아가리라 :
자유와 평화가 없는 세상에서 인고(忍苦)의 날을 살 수밖에 없는
민족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시의 맥락 상 강한 현실 극복의 의지를 표현.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았고
현실 극복 의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