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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는가

나무소리 2006. 4. 21. 11:44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조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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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이 땅의 민중들은 단 한번도 맑은 하늘 아래서 마음껏 자유와 평화를 누린적이 있는지.

네가 본 건, 먹구름 :

  '먹구름'은 '맑은 하늘'과 대립되는 심상으로 암담한 상황.

네가 본 건, 지붕 덮은/쇠 항아리∼일생을 살아갔다 :

  '지붕 덮은/쇠 항아리'는 억압과 구속,

  억눌려 살아야 했던 역사적 상황

닦아라, 사람들아∼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맞이하기 위해 '먹구름'을 닦고,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쇠 항아리'를 찢으라는 것으로

  상황의 극복을 위한 민족사적 방향을 제시 

아침 저녁∼마실 수 있는 사람은/연민을 알리라 :

  백성들이 왜 현실에 참여해야 하는가?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먹구름을 닦고

  쇠 항아리를 찢어야만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고,

  삶의 외경(畏敬)과 연민(憐憫)을 알게 된다.

차마 삼가서∼서럽게 눈물 흘려/살아가리라  :

  자유와 평화가 없는 세상에서 인고(忍苦)의 날을 살 수밖에 없는

  민족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시의 맥락 상 강한 현실 극복의 의지를 표현.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았고

  현실 극복 의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