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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일기(4월 22일)

나무소리 2014. 4. 23. 11:06

 부시시 잠을 깨니 9시 가까이 됐다.

새벽 5시 무렵 잠을 잔 탓인지 늦잠을 자고도 멍하니 피곤하다.

어머니도 깊이 잠에 드셨다.

 

 "진지 잡수셔야지?"

초점없는 눈으로 단호박죽을 드신다.

한심한 듯, 짜증내 듯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이 곱지않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침 먹고 어머니 방으로 들어간다.

밥을 해놓고 아내는 등산복을 갈아입고, 우암산이라도 다녀와야겠단다.

 

 '그래 숨이 막히고, 힘들겠지.'

 

 엄마 방 유리창을 열고, 환기를 시키고, 거실로 모신다.

"엄마, 나 누군지 알어?"

말없이 고개를 젖는다.

 

 무릎에 앉히고 뉘어 드리니 편히 주무신다.

다리가 불편해 가만히 다리를 빼니 1분을 못 넘기고 깨신다.

 

 "엄마, 내일이면 나 출근해야해서 이제 엄마 혼자계셔야해"

알아들으셨는지 손을 꼭 잡고 볼에 자꾸 비비신다.

"물이라도 좀 드셔야지. 갖다드릴까?"

꼭 잡은 손을 놓지않는다.

 

 "내일은 엄마 혼자있어서 심심할테니 오늘 오래 같이 있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신다.

내 말의 의미를 아시는구나 싶다.

"출근하지 말라고, 엄마랑 같이 있어?"

고개를 끄덕이신다.

 

 절대 그럴 분이 아니신데, 말의 의미를 모르시거나

아니면 어린 아이처럼 알아도 생각을 못하시는구나.

수리가 3~4살때  아빠출근하면 그렇게 싫어하더니

어머니가 그 정도 수준이시구나 싶어 가슴이 뭉클하다.

점심으로 소고기야채죽을 묽게 데워드리니 잘 드신다.

 

 4시 무렵, 어머니가 무슨 말씀을 자꾸하신다.

냄새가 변을 보셨구나 싶다.

새까만 변이 오랜 숙변을 보신것 같은데 많이도 보셨다.

 

 남들은 굉장히 역겹다는데 그런 생각이 전혀 안든다.

화장실로 앉고가 변기에 앉혀 비데로 대충 씻기고,

샤워기로 아랫도리만 씻겨드리는데 조금도 어려움이 없다.

이런 일도 요령이 생기니 그냥 쉽게 할 수 있구나 싶다.

 

 방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히니 눈물을 줄줄 흘리신다.

또, 정신이 돌아왔구나.

"엄마, 난 괜찮어. 엄마가 옆에 있어 좋아"

한참을 울다보니 초점없는 눈에 아무 생각이 없으시다.

 

 변을 보셨으니 출출할까 싶어 떡을 렌지에 돌려 조금 드리니

맛을 보신다. 황도 물을 떠 먹이고, 떡을 조금 드리고......

 

 저녁이 돼 복지관을 가야하는데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으신다.

"나 잠깐 복지관에 갔다 올까?"

고갤 저으시며,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으신다.

 

 5월22일 복지관 출판기념회 시

두 곡 정도 축하공연을 부탁한다고 오늘 복지관을 꼭 와달란다

 

 고민을 하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간절히 손을 잡으신다.

그래, 만약 이렇게 하고 복지관가서 뭘 가르치고 만약 무슨일 있으면 어쩌나 생각에

현석이에게 중급반 초급반 연습시키라하고,

아내에게 전화를 하니 7시 좀 넘으면 집에 갈테니 그냥 가란다.

 

 잠깐 복지관을 다녀온 사이 아내가 죽을 떠 먹여드리고 있다.

가족이 아닌 이웃만도 못한 어색함과 답답함.

 

 기타를 치며 찬송가를 불러드리니 입술로만 따라하신다.

"성령이여 강림하사 나를 감화하시고....."

 

 10시가 돼 어머니 방으로 모시고 들어가니 아내가 따라들어와

어머니가 소천하시면 장례절차를 어찌할 건지 묻는다.

"당연히 어머니 출석교회인 성광교회장으로 해야지."

아내는 그게 싫단다.

도저히 그렇게는 못하겠단다.

 

 주님의교회 장으로 장례를 치르자고 한다.

주님의 교회는 지금 내가 출석하고 있지도 않고,

본인이 출석한 교회에서 장례를 모시는 게 당연한거라는 이야기로 심하게 다툰다.

 

  신앙이, 교회가 집으로 들어와 행복해야하는데

계속 가정 분란과 말만 나오면 어김없는 전쟁터가 된다.

이런 종교가 이런 신앙이 필요한가?

이런 하나님이라면 내가 믿을 필요가 있을까?

행복하고 평안하고 기쁨이 돼야 하는 거 아닌가?

끝없는 다툼과 분노를 폭발하다보니 12시.

어머니는 옆에서 내 손을 꼭 잡으시며 자꾸 볼에 손을 갖다 대신다.

 

 이렇게 또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는구나.

대체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종교에 얽매이고, 신앙에 얽매이는 것도 아닌 교회에 얽매이는 삶이니......

 

 어찌나 피곤한지 잠자리에 들었는데 기척이 느껴진다.

2시를 넘긴 거 같은 시간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또 잠자리에 든다.

또 다시 기척에 깨보니 3시가 넘었는데 엄마가 앉아계신다.

내 손을 꼭 잡으시고 수없이 흔드신다.

 

"엄마, 고맙다고?"

고개를 끄덕이시며, 초점없는 눈으로 바라보신다.

손을 끌어다 엄마 볼에 대신다.

엄마 볼을 쓰다듬어 드리니 엄마 손이 내 볼을 쓰다듬는다.

 

 자꾸만 내 품 속으로 파고드시는게 어린아기다.

아들에게 의지하시는 모습이 가슴아프면서도 다행이다.

저렇게 의지하실 수 있는 마음만도 감사하지...

 

 아내가 들어와서 제발 방에가서 자란다.

새벽에 또 다시 심하게 부딪친다.

 

"그 동안 하고 싶어도 못했는데 제발 나 하는대로 그냥 두라"는데

너무 어머니에게 집착을 한다고......

내가 출근하고 나면 어떻게 모셔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고,

앞이 캄캄한게 암담하다고.....

 

 '그럴 수도 있겠지'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머니 돌아가신 후 내가 너무 힘들거 같다.

살아계신 몇 일, 모시고 있는 몇 일만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 해드리고,

어머니가 그동안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던 것

다 할 수 있도록 해드리자.

 

 어머니는 "아버지, 아버지"를 연신 되뇌이며 비몽사몽 내 품으로 파고든다.

'주여, 어머니에게 평안을 허락해주시기를.....'

 

 6시40분 알람에 잠을 깨면서

4시 40분이 넘는 것을 본 기억외에 더오르는 기억이 없다.

나도 피곤했었나보다.

 

 출근 시간

어머니는 깊은 잠에 빠져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