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창고/인자요산 지자요수

노인봉~소금강(080823)

나무소리 2008. 8. 25. 13:06

10:00 진고개 출발

10:18 진고개에서 약 1km 진행 계단

10:48 진고개 1.5km 지점 통과

11:35 노인봉 정상도착

   대피소에서 점심식사

12:15 노인봉 대피소 출발

13:10 고목나무 도착

13:20 낙영폭포 도착

14:08 사문다지 통과

14:25 광폭포 도착

14:50 백운대 만물산 입구 도착

15:26 만물상 끝부분 도착

15:46 학유대 도착

15:54 구룡폭포 도착

16:21 너럭바위 도착

16:30 연화담 도착

16:37 십자소 도착

17:00 주차장 도착

 

여름의 끝물로 접어드는 계곡산행.

오대산국립공원에 속해있는 노인봉.


아침 6시에 출발 해 각종 국민의례(??)와 공식행사를 마치고

한잠 푹 자고 나 노래를 두어번 부르니 10시 진고개에 도착했다.


뿌연 물안개를 품은 진고개는 조루증에 맘 졸이는 아저씨 오줌발처럼

찔끔거리는 빗줄기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넉넉한 품으로 우릴 반겨준다.


게으름이 일상이라 열심히 살아가기 보다는 한눈팔기를 좋아하고

산행 시 부지런한 걸음걸이 보다는

과수댁 훔쳐보는 홀애비처럼 어정거리며 여기저기 기웃대는 내게

후미대장이라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다.


노인봉을 향하는 등산로는 잘 정비된 등산로와 함께

조금 미끄럽거나 급경사가 있는 곳은 계단을 설치해 산행에 지장이 없지만

길옆에는 멧돼지가 일궈놓은 흔적과 멧돼지 출현지역 표지판으로

일행과 떨어져 혼자 산행할 때 멧돼지가 나타나면 심하게 놀라거나

멧돼지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겠구 생각해본다.


한 시간쯤 지난 다음부터는 평범한 능선 길을 걷는 느낌으로

20여분을 진행하니 노인봉 정상이다.

안개비에 가려 멋진 조망을 볼 수는 없지만

시원한 바람과 정상에 섰다는 것에 맘 뿌듯하다.


10여분을 내려가 노인봉 대피소에서 점심식사.

심하지는 않지만 추적거리는 빗속에서 뭘 먹겠냐만

산악회원들과 함께하는 식도락은 배를 채운다는 의미를 넘어

서로의 삶과, 생활을 나누면서 한 식구가 된다는 또 다른 의미.


1시간 정도 후미일행과 되작되작 개머루 먹는 이야기에

노래도 불러보면서 하산을 하다보니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낙영폭포에 도착한다.


더러 슬픔이 떼로 몰려올 때가 있다.

외로움과 서러움이 치밀어 올라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폭포를 찾아야 한다.


부서지는 포말 속에서 내 슬픔을 부숴버리고,

귓전을 넘어 마음속으로 깊은 곳에 올림을 주는 폭포 소리에

외로움과 서러움을 달래는 폭포를 찾아야 한다.


이어지는 계곡 속에 도드라지는 폭포의 비경에 취한 채

물길 따라 발길을 떼며 자연을 이야기 하고 삶을 이야기하다보니

내가 물인지 물이 나인지......


낙영폭포에서 1시간 30분쯤 하산하니 넓게 펼쳐진 바위에

급하게 흐르는 물줄기를 쉬어가라 붙잡고 있는

집 채 만한 바위하나에 소나무가 하나 올라 앉아있고

위를 올려다보니 기암괴석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이곳이 백운대다.

대(臺)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넓고 평평한 바위가 있듯

너럭바위에 펼쳐진 뒤 계곡엔 시원한 소리를 내며 급류가 흐르고

병풍처럼 둘린 오대산자락이 우리를 호위한다.


만물상이라는 것을 말로하지 않아도 느낌이 오는

바위능선의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멋들어지게 어우러져

시원한 계곡과 하모니를 이루니 이곳이 선경이라.


만물상을 감상하며, 30여분 하산하니

새벽녘 변강쇠 앞마당 요강 뒹구는 소리만큼이나 요란한

구룡폭포가 귀를 씻어주고, 눈을 틔워 준다.


몇 시간을 담과 소를 지나며, 폭포소리에 귀가 피곤해

연화담과 십자소는 위에서 한번씩 내려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하산지점 10여분 남겨놓고 하루의 피로를 계곡에 씻는다.

 

[주어진 복은 끌로도 못 파낸다]던가?

이번 산행만큼은 우중 산행이 좋은 날씨의 산행보다 더욱 행복하니

이게 복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