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슬픔
- 신 경 숙 -
난 그렇게 되어버렸지
너에 의해 죽고 싶고
너에 의해 살고 싶게 되어버렸지.
네가 며칠 있다가 전화하겠다고 하면
나는 그때부터 아무 일도 못하고 전화를 기다리지.
다른 일들이 다 짜증스럽기만 해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
길거리를 지나가는데 무슨 벽보에
사랑이란 서로에게 시간을
내주는 게 아깝지 않은 것, 이라고 써 있었지.
금방 너를 생각했어.
언제부턴가 내게 시간을 내주지 않는 너를.
그 풀칠이 덕지덕지한 벽보 앞에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얼마나 절망했는지
매사가 이런 식이야
나는 그렇게 되어버렸어.
'글 마당 > 시인의 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용택] 별 하나 (0) | 2005.02.14 |
---|---|
[류시화] 길 위에서의 생각 (0) | 2005.02.14 |
<좋은 생각> 중에서 (0) | 2005.01.31 |
[신경림]동해바다 (0) | 2005.01.28 |
푼글)가끔은 미치고도 볼 일이다... (0) | 2005.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