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삶이 무거운 사람들....

나무소리 2013. 5. 7. 11:10

지난 토요일(5월 4일)

10시 30분쯤 되었던가 동그란 부탄가스를 사기 위해 슈터에 갔더니

아르바이트 생인지 20대 초반의 여대학생이 카운터에 있다.

 

 "여기 동그란 부탄가스 있나요?"

"글쎄요? 그게 뭔지 잘 모르겠는데요...."

부탄 가스가 있는 곳을 물어 그곳에 가보니

한쪽에 동그란 통의 부탄가스가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

 

 값을 계산을 하려는데

키가 작고 초라한 할머니 한 분이 후덥지근 한 봄날이건만

모자에 장갑을 끼고 목도리에 허름한 외투를 걸치고 들어와

동전 두개 200원을 내고 종종 걸음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그 사이 학생에게 웃으며

"이게 동그란 부탄가스예요, 담부터 누가 찾으면 '있어요' 하고 대답하세요"라 하니

"네" 하며 환하게 웃는 학생의 모습이 여지없는 봄 꽃이다.

 

  그 순간 안으로 들어가셨던 초라한 할머니가

동그란 막대사탕 한개를 들고 나오면서 학생에게 보이고

힘겹게 계단을 내려서신다.

 

 '아~~!! 저 막대사탕을 하나 사려는구나.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저 막대사탕이 드시고 싶었던거구나'

순간 눈물이 핑~ 돈다.

어머니 모습이 떠오르며, 목구멍이 먹먹해져 오른다.

 

 카운터에 쏘시지가 놓여있다.

얼른 두개를 집어 할머니 손에 들려드리니

말없이 멍하니 쳐다보시는 할머니 모습에 더 가슴이 찡하다.

 

 쏘시지가 한개에 1천원이라는 걸 처음 알았고,

할머니의 200원에 비한다면 꽤나 비싸다는 생각을 한다.

 

 슈퍼를 나서는데  

빈박스 서 너개를 담은 작은 카트를 밀고 올라가시는 할머니.

그 빈박스의 무게만큼 삶이 가벼웠으면 좋으련만

삶은 빈박스의 크기만큼 감당하기 힘든 모습이다.

 

 슈퍼 앞 진열대에 랩으로 쌓인 빨간 딸기에 반짝 눈물이 비치고,

건드리면 노란 물이 툭 터져 나올 것 같은 노란 참외도

초라한 할머니의 모습을 착잡하게 지켜본다.

이가 없어도 어쩌면 딸기를 드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딸기 한팩이 4천원이란다.

꽤 비싸구나 싶으면서도 할머니의 카트 박스 사이에 슬쩍 끼워넣자

선택받은 딸기 한 팩이 행복해 한다. 

 

 종일 마음 한편이 무거울수밖에 없는 풍경 속에

그나마 6천원이라는 작은 돈이 가치롭게 쓰인것으로 위로를 삼는다.

 

 미우라 아야꼬의 빙점에서 읽은 글이 생각난다.

'사람이 생을 마감한 뒤에 남는 것은

 그가 쌓아온 것이 아니라 그가 나누어주었던 것입니다" 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