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삶을 노래하며

늦가을 심란하다.

나무소리 2009. 11. 2. 13:46

오늘 아침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온몸을 파르르 떠는 나무에 힘겹게 매달려 있던 단풍들이

바람을 못이겨 뚝 떨어져 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질기도록 매달리는 삶의 집착도 놓아버리면 저렇게 자유로운 걸 생각했습니다.

 

  하늘을 둥둥 날아다니는 낙엽을 보면서

내가 놓아버려야 할 것들도 더불어 생각해 봤습니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 책을 폈습니다.

얼마 전 때깔이 고운 단풍잎 하나를 주워 책갈피를 끼워넣었던 곳이 펼쳐졌습니다

마르는 과정에서 잔주름이 잡히고 색이 바랜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다

창 밖으로 그냥 버렸습니다.

 

 '내가 가을을 참 질기게 붙잡고 있구나!

가을이 내 책갈피 속에서 얼마나 답답했을까! 

이젠 가을을 보내줘야 겠다.

그래야 첫 눈이 오겠지?' 생각에서.....

 

 점심을 먹으러 사무실 뒤 공원길을 가는데

작은 소공원 마당에 떨어진 낙엽이 바람에 뒹굴어 내게 달려온다.

작은 느티나무 이파리와 노란 은행나무 잎새가 한꺼번에 우르르 뒹구는 모습이

마치 어린 병아리가 뒤뚱거리며 한꺼번에 달리기 하는 모습같이 보인다.

 

 썰렁한 날씨에 조금은 쓸쓸한 마음 속에 얼굴엔 희미한 미소를 지어본다.

 

 

 

 발을 떼는 바로 밑에 곱게 물든 나뭇잎을 살짝 비껴 발을 딛고,

무덤덤하니 아무 생각없이 나뭇잎을 주워 주머니에 넣는다.

아직도 촉촉한 습기를 지닌 낙엽이 팔딱팔딱 살아 숨쉬고 있다.

 

 지난 여름 뜨거운 태양을 꿀꺽 삼켰는지,

뜨겁고 붉은 심장을 가졌는지 어쩌면 이리 고운지.....

 

 아침에 자연으로 돌려보낸 낙엽을 다시 주운 것은 또 뭐지?

마음이 갈팡질팡 횡설수설이다.

 

 이것도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할텐데.

이 낙엽에게도 자유로움을 줘야하는게 아닐까?

그래야 첫 눈이 오는 건 아닐까?